확대 l 축소

어째서 신의 영역이 궁금한가

夏·林·散·策- 박하림(수필가, 전 (주) 휴비츠 고문)
인간은 신의 영역이 궁금하여 끈질기게도 기회만 있으면 신의 영역으로 틈입하려 든다. 신의 영역이란 인간이 무리하게 엿보려 하거나 더구나 틈입하려 드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딱히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는 가가 의문이다. 

과학자에서 신비의 신학자로 전향한 스웨덴 사람 스베덴보리라는 시령자視靈者(영혼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쓴 화제작에 《스베덴보리의 위대한 선물》이 있다. 천국을 돌아보고 온 체험기이다. 

한데, 그 내용인즉슨 목격한 천국의 실상에 대한 묘사는 매우 미미하고 사실적이지 못하다. 그가 일관되게 강조한 것은 ‘지상에서 회개하고 영생에 힘쓰는 자는 지상에서 이미 천국의 삶을 살기 시작한 자이다. 땅 위에서 벌써 천국인인 것이다.’라는 신앙 메시지다. 일반 사제들로부터 귀 따갑게 듣는 말이다. 

그런데도 저 저서가 오래 동안 세상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것은 저자가 직접 하느님의 나라로 들어가 보았다고 했기 때문이다. 마치 기회만 있으면 그리고 가능하다면, 아니 나만의 은총으로 신의 영역을 엿보거나 들어갈 수 있기를 꿈꾸는 인간들을 대신한 사자처럼 보인 것이다. 

 저런 산 자가 누리기 어려운 기적이 사실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읽는 이가 믿을 건지에 달려 있으므로 논란할 필요가 없다. 단지 해소되지 않는 의문은 왜 인간은 이런저런 분야에서 인간적 의망意望에 집착해 신의 영역을 엿보거나 틈입하려 애쓰는지 그 어리석은 시도다. 대단한 가치지향이 아니라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천국의 존재 여부란 좌우되지 않을 것인데 말이다.

얼마 전 비행을 멈춘 미국 우주왕복선은 지난 30년간을 줄기차게 134회에 걸쳐 우주비행을 했다. 한번 비행에 5천억 원씩이나 소요되는 발사와 비행 비용으로 물경 50조 원이나 썼다. 아니 날렸다. 그 탐사비행에서 대체 무엇을 알아냈고 얼마나 가치 있는 과학적 성과를 얻었는가는 오리무중에다 의문이다. 

분명한 것은 겨우 신의 영역 언저리를 그것도 장장 30년간이나 얼씬거리고 헤매느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저런 거금을 날린 어리석음이다. 양보하고 또 양보해서 가령 천국의 사자인 천사와 대면을 했다고 한들 뭘 얻어낼 것이며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를 일이다. 왜냐하면 하느님의 메시지는 이미 성경에 담겨 바로 우리 곁에 있고 주일마다 교회라는 하느님의 영역으로 들어가 기도라는 대화를 하 기 때문이다. 어째서 거금을 처들여 자꾸 신의 영역을 엿보려 하는지 모를 일이다.  

하느님의 나라로든, 사후에 나의 영생을 맡길 천국으로든 미지의 세계가 궁금하면 그런 곳을 손쉽게 찾아가 볼 수 있는 데가 얼마든지 있다. 교회가 그런 곳이다. 

 교회란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다. 거기서 성사聖事를 통해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한 후 기도를 통해 하느님과 소통을 한다. 예배란 하느님과의 만남의 시간이다. 무엇 때문에 우주선을 타고 멀고먼 우주의 불모지로 날아가 고작 물 흔적이나 생명체의 존재 기미를 확인하려 드는가. 

특별히 숨은 목적이 없다면 생명체를 찾겠다고 우주를 헤집고 다니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마음의 천국을 먼저 찾아 놓고 거기서 행복을 누리도록 애쓰다보면 눈을 감는 날 천국을 향하는 길이 열려 보일 것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