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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한 감동을 주는 실화(2)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 최중탁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12
지난 호 줄거리

몇 만원에 목숨 걸듯 심각한 내기골프를 치던 고교동창 중, 의절을 우려한 한 명의 제안으로 모든 비긴 홀의 게임머니를 캐디와 그린보수 할머니에게 나눠준다. 

이 미담에 감동한 그린키퍼가 자기 재량권으로 티를 앞으로 당기고 홀컵도 쉬운 위치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린 키퍼에 의해 코스거리도  짧아졌고 홀컵 위치도 쉬워 졌으니 그 날은 점수가 잘 나올 수  밖에 없었다. 더욱이 돈 욕심과 살벌한 경쟁심까지 버리게 되니 그 날은 당연히 기록적인 스코어에 신나는 골프가 되었던 것이다.

골프에서 마음을 비울수록 공이 더 잘 맞는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횡재를 잡은 그린보수 이모나 많은 팁을 받은 캐디도 그 날은 최고의 날이 된 셈이 아니었겠는가.

그날 일을 마친 캐디는 다른 동료와 함께 이 멋진 손님들을 두 명씩 각각 ‘베스트 고객’ 으로 추천서를 올렸다고 한다.

또한 이 매너 좋은 손님들에 대한 글을 SNS상에도 띄우게 되었고 상당한 호응 댓글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그렇잖아도 내장객들의 캐디들에 대한 인격모욕성 폭언이나 추태 행위가 한창 시끄럽던 때였다.

골프장 측에서는 이들 중 3명을 그 달의 최우수 고객 즉 ‘베스트 고객’으로 선정하여 게시하고 그린피 면제 혜택까지 부여하기로 발표했다.

이들의 나눔 정신과 약자들에 대한 배려정신은 결국 더 큰 축복으로 돌려받게 된 셈이다. 2만 원짜리 판돈은 몇 홀 모아 봤자 4 ~6 만원에 불과하다. 4명의 밥값이나 술값도 모자랄 수 있는 소액이다. 

그러나 이들에겐 그린피 면제라는 몇 배 가치의 보상으로 돌아왔고 금액으로 따질 수 없는 무한가치의 사랑을 주고받은 셈이다.

액면가 만 원짜리 지폐를 술집 팁으로 썼다면 1만원 가치 밖에 안 된다. 그러나 이런 소중한 일에 쓰면 10만 원 이상의 가치로 쓰이게 되는 법이다. 반대로 잘  못  쓸 경우에는 천 원짜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야말로 쓰기 나름에 따라 실제 액면가가 달라지는 게 화폐라 할 수 있겠다.

이들에겐 소액의 베풂이었지만 받은 사람들에겐 너무나 큰 사랑이었다.

이 미담은 SNS 상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에 한 동안 많이 퍼져 나갔었다.

그 후 이들은, 그 골프장에 또 자주 가면서 뒤늦게 이런 사후 스토리를 다 듣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들이 앞으로 다른 골프장에 가서도 살벌하게 내기를 하며 1~2만원 판돈에 핏발선 눈으로 서로를 노려보는 골프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골프 대중화 시대에도 골퍼들의 그릇 된 우월감과 오만, 과시욕, 특권의식이 아직도 만연해 있고, 고객은 왕이라는 구실로 갑질 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골프는 신사도(인의예덕仁義禮德)의 스포츠다. 

상대방과 주변의 사람들까지도 배려할 줄 아는 넓은 아량과 ‘노블리스 오블리쥬(noblesse oblige)’정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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