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9일과 31일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두가지 큰 사건이 있었다.
한국GM 군산공장이 첫차를 생산한 지 22년 만인 5월 31일 결국 문을 닫았다.
구조조정에 따라 문을 닫은 군산공장은 자동차 생산기능을 상실한 채 38명의 공장 유지보수 인력만 남고 모두 철수한다.
희망퇴직 신청자 1200여 명은 공장 폐쇄와 함께 퇴사하며, 미신청자 600여 명은 다른 공장으로 전환배치되거나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이와는 반대로 5월 29일(현지시각) 현대차 앨라배마 제조법인(HMMA)은 3억8800만 달러(4190억 원)를 투자해 엔진헤드 제조설비 등을 증설한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로 HMMA에 약 50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 이베이 미 앨라배마 주지사와 최동열 HMMA 법인장이 이날 투자계획을 함께 발표했다. HMMA는 2005년부터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으며 2700여 명의 풀타임 근로자와 500여 명의 파트타임 인력을 고용한 주내 최대 제조업 기지다.
한국GM 군산 공장은 근로자 1800명에 협력업체 직원이 1만명에 달하는 공장이었다. 인구 27만명인 군산은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장 폐쇄는 예정돼 있던 일이다. 최근 3년간 가동률이 평균 20%에 불과했다. 이런데도 노조원들은 매년 1000만원 이상의 성과급을 받았고, 공장이 멈춰 서도 월급의 80%를 받았다.
군산 공장 폐쇄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축소판이었다. 국내 자동차 5사의 평균 연봉은 9213만원(2016년 기준)으로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폴크스바겐보다 높다. 반면 자동차 1대를 생산할 때 걸리는 시간은 도요타, 포드보다 길다.
현대차 국내 공장 생산성은 7개 해외 공장 모두에 뒤진다. 울산 공장의 평균 연봉은 9400만원으로 중국 충칭 공장의 9배쯤 되는데, 생산성은 63%에 불과하다. 노조 파업에 휘둘려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됐다.
한편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GM 군산공장이 문을 닫은 5월 31일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20만명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고,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전망치는 비교적 낙관적이다. 그러나 한국GM 군산공장 폐쇄와 현대차 앨라배마 제조법인의 극단적인 대비가 보여주는 것은 대한민국이 더 이상 기업하기 어려운 국가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강현주 기자 olda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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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8-06-04 14:4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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