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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정책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다”

INTERVIEW 특별취재, 정근모 전 과학기술처 장관 에너지 정책은 국가발전 장기계획과 맞는 선택해야 ‘탈원전’국가 에너지 공급에 절대적 위기 자초하는 일
작년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내 첫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 퇴역식에서 ‘탈핵 시대’를 선포했다. 이후 정부는 원자력과 석탄 발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에너지전환’을 추진했다. 환경단체와 재생에너지업계는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에너지전환을 적극 추진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원자력업계는 지금이라도 탈원전 정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은 국가 경쟁력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원자력 관련 학과 지원 현황을 보면 1학기 725명 중에는 5명이 선택했고, 2학기 대상 94명 중 지원자는 한 명도 없었다.
본지는 2회에 걸쳐 탈원전이 부른 국가경쟁력 악화에 대한 기사를 게재하고 미래의 먹거리 산업으로 측면에서 정부의 핵에너지 정책의 재검토를  제안한다.                                         <편집자주>

정근모 전 장관을 여의도 집무실에서 만났다. 정 전 장관 뒤에 걸려있는 오른쪽 액자는 원자력 고문으로 있는 아랍에미레이트(UAE)에서 받은 기념패이고 왼쪽 액자는 1959년 7월 14일 이승만 전 대통령과 김법린 원자력원장이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발전소의 첫 삽을 뜨는 역사적인 사진이다.
올해로 80살이 된 정근모 박사(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 대학교 국제자문위원장)의 인생은 바로 대한민국 과학과 원자력공학, 그리고 원자력 발전의 성장과정을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고 전 세계가 대한민국이 다시 일어서는 것은 어렵다고 예측했을 때 원자력은 한국의 희망이었습니다.”
정근모 박사는 원자력에서 한국의 희망과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정근모 박사는 김법린 박사의 조교로 재직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원자력 발전의 시작을 함께 한 것이다.

대한민국은 1957년 창립된 국제원자력기구의 창립회원이었고 이듬해인 1958년 원자력 관련 법이 제정됐고 1959년 1월 21일 원자력원이 개원했고 그 해 2월 3일 한국원자력연구소가 개소했다.

지난 2015년 12월 12일 195개국이 참여한 파리협정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가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기로 한 최초의 세계적 기후 합의다.
파리협정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현재 정부는 탈원전이 아닌 ‘에너지 전환’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풍력이나 태양력은 질 좋은 에너지를 계속 공급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아니기 때문에 보조에너지원에 불과한 것입니다. 환경오염을 시키지 않는 원자력이 중심이 되면서 풍력이나 태양력을 조화롭게 운용하는 이른바 ‘에너지 믹스’가 필요한 것입니다.”

현재 일부에서 대체 에너지로 거론하고 있는 풍력과 태양력 등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정 박사는 만일 탈원전 정책이 계속된다면 국가 에너지 공급에 절대적인 위기를 자초하는 일이라고 진단한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1세대, 2세대, 3세대를 거치면서 안전성이나 경제성을 인정받았고 이는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을 비롯해 우리나라가 다수의 국가에 원전 건설을 한 것으로 증명되고 있다.

정 박사는 더욱이 원자력 발전은 한국전력이나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같은 공기업 뿐만 아니라 원전에 필요한 기계 부속품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등 원자력 기업 생태계와 직결되어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들은 원자력 발전이 축소된다면 기업을 유지 하지 못하고 무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업 생태계는 한번 무너지면 복원이 어렵습니다. 기존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하게 운영하고 건설 중인 발전소도 지속되어야 한다는 것이 원자력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이들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정부가 곤경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원자력은 결코 정치적 이슈가 되어서는 안되며 기술과 경제를 감안해 전문가들의 의견에 귀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은 정쟁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국가 발전의 장기계획에 맞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또한 원자력 산업은 정책적 판단보다는 그 분야 학자들의 전문가적인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정 박사는 현재의 상황이 원자력 발전에 있어 어떻게 보면 장기적으로 좋은 기회로 엄청난 플러스가 될 것으로 진단한다.
“우리나라 교육과정에는 생활과학기술에 대한 교육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원자력 발전의 실체를 과학자와 전문가 등이 국민들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냉정한 토론을 거듭한다면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과정처럼 오히려 원자력 발전의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정근모 박사는 물리학자이자 원자력 전문가이며 과학기술 행정가이다. 
과학기술처 장관을 2번 지냈고, 한국과학원(현 한국과학기술원) 설립을 주도하고 2대 부원장도 맡았다. 

■ 정근모 박사 약력
●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 미시간주립대학교 이학박사
● 프린스턴대학교 핵융합연구소 연구원
● MIT공대 핵공학과 연구교수
● 뉴욕공대 교수
● 한국과학원(KAIST) 부원장
● 과학기술처 장관(12대, 15대)
● 한국과학재단 이사장
● 한국전력공사 상근고문

● 국제 해비타트 이사
● 미국 국가조찬기도회 순회대사
● 미국 국립공학 한림원 회원
● 스웨덴 왕립공학 한림원 회원
● 세계 원자력 한림원 원장, 현 회원
●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원장, 원로 회원
● 국가조찬기도회 회장
● 국제원자력 대학원대학교 설립추진 위원장
● 라이즈 업 코리아 운동협의회 이사장
● 케냐 정부 경제사회 고문
● UAE 아부다비 원자력 고문
● 말레이시아 과학기술 고문
강현주 기자 olda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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