夏·林·散·策-박하림(수필가, 전 (주) 휴비츠 고문)
우리 손에서 태극기를 놓게 만들고, 북한응원단은 보란 듯이 김일성부자 배지 달고나와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이란 그 어느 때보다도 복잡하고 심각하다. 그 복잡함은 북한의 핵무장으로 발단이 된 남북문제가 미, 중, 일, 러 네 나라를 위시해 유엔까지 연관돼 가히 초미의 국제적 당면과제가 되었음을 의미하며, 그 심각함이란 북한정권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을 우월적 힘으로 삼아 우리로 하여금 핵공격의 공포에 떨게 만든 것을 의미한다.
그런 여파로 남한에는 핵전쟁의 공포가 무섭게 확산되었고 그 맥락에서 얼어붙은 남북관계의 해빙과 협력을 동조하는 기류가 비정상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여 한동안 뜸했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가 다시 요란스레 들려오기 시작했다. 문제인 정부는 국가과제의 시급성을 인식하지 못한 듯이 날로 악화되고 있는 경제문제를 제쳐두고 핵관련 남북문제에 올인 했다.
6.25전쟁으로 청춘 장병 약 20여만명 희생
솔직히 통일을 소원하지 않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난 그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그 노래의 공허함이 장장 70년이나 쌓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씁쓸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북한은 최근까지도 통일의 염원에다 살인적 위해를 여러 차례 가했다. 6.25전쟁으로 이 나라의 동량인 청춘 장병을 무려 20만 명이나 죽게 했으며 심지어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암살단을 밀파했고 민간 항공기를 폭파시켜 무고한 승객 수백 명을 죽였다.
저런 만행은 무슨 철천지원수라고 동족끼리 하는 게 아니며 더욱이나 통일을 원하는 사이에 있을 수 없는 범죄다.
그 정도로 남북한 사이에는 ‘금성金城의 철벽’처럼 강한 장벽이 가로 놓여있다. 그 철벽같은 장벽은 ‘이념의 벽’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창피한 이념우상이다.
북한은 무력에 의한 적화통일을 고수해오고 있으며 그 수단으로 고려연방제니 핵무기의 개발에 전력투구해 왔다. 그리고 드디어 그것으로 미국까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핵무장을 얼마나 과신하고 뻐기는지 동계올림픽을 오가며 우리 대하기를 안하무인격으로 굴었다.
우리한테 손에서 태극기를 놓게 만들고
우리한테 손에서 태극기를 놓게 만들고 가슴에서 태극기배지를 떼게 하고는 북한응원단은 보란 듯이 김일성부자의 배지를 달고 왔다.
그런 상황에서도 통일철딱서니들은 ‘반갑습니다’하고 노래 부르고 통일덩달이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노래했다.
이념의 철벽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어느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놀라운 변화가 얼마나 사실인지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 2030대의 남북한의 통일이 가능하다. 단 비율은 30퍼센트에 불과, 매우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그저 우리의 소원이 통일이라 노래할 게 아니다.
우리의 현실을 잠깐만 숙고해보면 우리가 얼마나 시대에 뒤떨어지고 촌스러우며 비현실적인 이념 갈등에 매몰돼 서로 원수가 되어 지내왔는지 알 수 있다.
아마도 휴전선을 긋고 확성기로 설전을 벌이며 깡패처럼 일상적 복무를 하고 있는 군함을 공격하여 수십 명 목숨을 수장시키는 만행을 자행하는 한민족이 이 지구상에 또 있는지 모르겠다.
공산주의이념의 창시자인 칼 마르크스의 본향인 독일조차도 통일을 소원해 노래하지 않았어도 우리처럼 장장 70년간이나 이념대립으로 지새우진 않았다.
이념의 장벽이 저리도 철벽인데 그보다 더 허물기 어려운 정치(정체)의 장벽이나 수준차이가 현격한 경제의 장벽은 대체 언제 허물고 통일을 할 수 있는지 심한 회의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건 통일에 당장 수반될 문제이지 어떤 도론이 아니다.
가정컨대, 천우신조로 통일이 되었다 가정해보자.
산적한 과제들을 제쳐놓고 남북한 사람들이 오가는 일 한 가지만 가지고도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북한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불어날 텐데 북한의 도로와 교통사정이 아주 열악해서 길을 닦고 철로를 깔아야한다.
거기에 투입될 자금이 가히 천문학적 규모에 달할 텐데 그 투자 자본을 누가 댈 것인가 의문이다.
그것이 결국은 나라 빚으로 쌓이고 능력 있는 한국기업이나 개인이 두고두고 벌어 갚아야할 것이다.
통일을 그리워하는 노래 함부로 부를 게 못된다. 지금이야말로 비이성적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분단현실을 직시하여 행동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