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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 투표자동개표기 사용 이라크, 해킹 조작 논란에 손으로 재검표

1천100만 표 재검표… 지방선거 앞둔 우리는 안전한가 여론
지난달 12일(현지시간) 총선에서 전자 투개표를 처음으로 도입한 이라크가 개표 결과 조작 논란으로 결국 손으로 재개표하기로 했다고 주요 외신들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라크 의회는 이날 이번 총선의 전자 개표 결과를 무효로 하고 수(手)개표로 재개표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번 총선에 투표한 유권자는 모두 1100만명 정도다.

이를 관장하기 위해 기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9명을 해임하고 연방최고법원이 추천한 판사로 구성된 임시 조직도 구성된다. 재검표 시점은 연방최고법원이 결정한다.

이 개정안엔 재외국민 투표와 니네베, 안바르, 디얄라, 살라후딘 등 4개 주의 난민촌에서 이뤄진 거소 투표도 무효로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들 4개 주는 수니파 주민이 많이 사는 곳으로, 이번 투표에서 예상보다 적게 득표한 수니파 정파가 부정선거를 강하게 주장한 곳이다.

 이라크 중앙선관위는 이번 총선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투개표에 걸리는 기간을 단축하려고 한국 중소기업의 전자 투개표 장치 5만9800대를 구매해 투표소 대부분에 배치했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는 지난달 30일 전체 5만6000개 투표소 가운데 1021개 투표소의 개표 결과를 부정선거 의혹을 이유로 무효로 한다고 밝혔다.

무효 투표소는 이라크 국내가 954곳이고 재외국민투표소의 경우 독일, 요르단, 미국, 스웨덴, 영국, 터키 등의 67곳이다.

하이데르 알아바디 총리도 5일 투개표 과정에서 전에 없이 심각한 불법행위가 광범위하게 벌어졌다면서 중앙선관위가 이를 사전에 인지했으나 필요한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중앙선관위 고위직을 모두 출국 금지했다.

이라크 중앙선관위는 두 달 정도 걸리던 총선 투개표 기간을 단축하고 투명성을 높인다면서 이번에 전자 투개표 시스템을 한국 업체에서 7만대 수입했으나, 되려 국가적인 논란이 되면서 수개표로 원상 복귀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스템은 유권자가 지문을 사전 등록해 받은 카드로 신원을 확인하고, 기표한 투표용지를 스캐너 형태의 개표기에 직접 밀어 넣는 방식이다. 이 개표기는 중앙선관위의 서버와 통신망으로 연결돼 투표 결과가 바로 집계된다.

그러나 지난달 총선 뒤 이 시스템과 관련해 쿠르드족 정파를 중심으로 해킹,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번 총선에서는 강경 시아파 지도자이자 반외세 민족주의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이끄는 알사이룬 정파가 328석 가운데 최다인 54석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이를 두고 기존 주류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 외세의 개입에 지친 이라크 유권자의 심판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투표율은 44.5%를 기록, 2003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몰락한 뒤 치러진 4차례 총선 가운데 가장 낮았다.

재검표로 개표 결과가 어떻게 변할 지는 예측할 수 없지만, 알사드르 정파가 의석을 잃는다면 이라크 정국은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성수목 기자kbs9@ m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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