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코엔 형제가 코맥 매카시의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화해 널리 알려진 제목이다. 최근 출간된 박형서(46) 작가의 신작 소설 ‘당신의 노후’(현대문학)는 코엔 형제의 영화나 맥카시의 소설과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제목이 더 잘 어울려 보인다.
이 소설은 그리 멀지 않은 미래 고령사회에서 노인의 목숨이 파리 목숨처럼 쉽게 다뤄지는 풍경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장길도’라는 70세 노인이 주인공이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정년퇴직한 장길도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홉 살 연상 아내를 간호하던 중 아내가 노령연금 100% 수급자가 됐다는 얘기를 듣는다. 아내가 국민연금공단의 ‘적색리스트’에 올랐다는 뜻이다.
장길도는 공단에서 퇴직 전까지 노령연금TF에 소속돼 이런 적색리스트를 처리하는 일을 해왔다. 적색리스트란 공단에 낸 금액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수급해가는 노인들을 분류한 명단이다.
국가와 젊은이들에게 해악을 끼치는 이 노인들을 공단 측은 조용히 살해한 뒤 자살이나 자연사로 위장한다.
이 소설은 80대 이상 노령 인구가 전체의 40%에 육박하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공공 기관이 노인들을 죽여 없앤다는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으로 빚어낸 것이긴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로는 보이지 않는다. 지금 우리 사회에 이미 노인혐오 기류가 자라나 ‘틀딱충’ 같은 말이 유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가장 큰 화두가 될 이 문제를 흥미로운 이야기로 예고하는 소설이다. 무거운 주제임에도 스릴러 장르를 녹여내 강렬하다. 월간 ‘현대문학’이 펴내는 ‘핀’ 시리즈 두 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