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 액티브 시니어 칼럼
이형종 박사(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시니어 연구소장, 본지 객원기자)
K씨는 퇴직 후에 방송통신대를 진학할 계획을 세웠다. 사회복지 분야에 재취업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 프라임칼리지는 제2인생 설계를 지원하는 다양한 성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K씨처럼 현역시절과 다른 커리어를 준비하기 위해 다시 배움을 선택하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제 60대에 대학에 들어가고, 80대에 학위를 취득하는 사례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과거에 나이에 맞춰 다른 사람들과 동일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오랜 관행은 여지없이 깨지고 있다. 과거에 당연하게 여겼던 제도와 관행이 현실과 충돌하고 있다. 과거에 20대 중후반으로 여겼던 결혼 적령기는 40대까지 넓어지고 있다.
법률상 60세가 정년이지만, 60세 이후 은퇴생활을 하는 사람은 드물고, 대부분 계속 일하고 있다. 최근에는 1984년에 실시한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제도는 불합리한 복지제도라는 성토가 끊이지 않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700만 명을 훨씬 넘는 시대에 복지정책으로서 그 정당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과거의 연령기준으로 만들어진 사회제도와 관행은 인생 100세 시대에 맞게 재검토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연령기준의 제도와 관행은 노동시장에서 매우 견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어 영원히 허물어지지 않을 것 같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이 제정된 지 오래되었지만 많은 기업은 여전히 연령을 기준으로 채용하거나 해고하고 있다.
채용시장에는 신입사원은 20대, 경력사원은 30대 중후반이라는 암묵적인 채용상 연령기준이 작용하고 있다. 50대가 되면 오로지 연령기준으로 명예퇴직을 강요당한다. 60세가 되면 정년이라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일할 기회를 박탈당한다.
연령이라는 족쇄에 묶여 잠재된 능력과 기술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오랫동안 축적된 소중한 사회적 자산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주의 고용관행은 개인의 능력과 일할 의사를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연령차별이자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장수시대에 연령기준의 낡은 관행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은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OECD는 2005년 “오래 살면서 오래 동안 일하자(Live longer, Work longer)”는 슬로건을 채택했다.
연령으로 규정한 고용정책과 고용관행을 과감하게 개혁하여 사회번영을 이루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낡은 고용관행을 바꾼다면 고령화 현상을 과제가 아닌 기회로 포착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인생 100세 시대에 맞게 과거의 낡은 제도와 관행을 전면 검토해야 한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장수시대에 건강하게 활약하는 시니어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획일적인 연령기준은 과거의 낡은 유산이다. 나이에 상관 없이 개인의 의사와 능력에 따라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일할 수 있는 에이지 프리(age-free)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에이지 프리 사회를 구축하려면 몇몇 분야에서 혁신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나이에 관계없이 능력과 의욕에 따라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거나 이동하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개인의 능력과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은퇴시기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해야 한다. 기업의 연공 성격의 인사제도나 복지제도도 시대에 맞게 손질해야 한다. 연령기준을 폐지하고 직업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인사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최근 성과주의 평가제도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임금,승진,승격, 정년연령 등의 인사제도는 연령기준을 근거하고 있다. 오래 근무하면 유리한 연공적 인사제도는 유연성이 부족하고 능력 있는 인력을 활용하기 어렵다.
이직과 전직이 늘어나는 노동시장에서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 회사의 복리후생제도도 연령기준을 폐지하고 진정한 직원의 니즈에 따른 전략적인 복리후생제도로 운영해야 한다.
둘째, 생애현역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교육기회를 전 생애에 걸쳐 제공해야 한다.
인생이 길어지면서 일할 수 있는 기간도 늘어났다. 인공지능에 의한 기술혁신이 빠르고, 경제환경도 급변하고 있다. 필요한 지식과 기술도 더욱 빠르게 변하고 있다. 누구나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배워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교육은 여전히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다.
고령인력에게 교육투자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 교육투자 효과가 짧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길어진 인생에서 배움의 시기를 정할 필요가 없다.
연령에 관계 없이 언제라도 몇 번이라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국민들이 길어진 직업인생에 맞춰 새로운 직업과 커리어를 선택하도록 도와야 한다. 지역 대학에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직업교육 기회를 대폭 늘려야 한다. 이는 또한 저출산으로 침제되고 있는 대학을 활성화시키는 방법이다.
셋째, 세대를 융합하는 사회보장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사회보장 급여를 받는 사람은 늘어나고 보험료를 내는 젊은 세대는 줄어들고 있다. 급속한 고령사회에서 사회보장제도의 재정압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사회보장제도가 지속되도록 하려면 전체 세대가 함께 제도를 지탱해나가야 한다. 사회보장재정의 파탄을 예방하고 세대간 공평성 문제를 해결하려면 연령 중립적인 사회보장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고령자들이 활약하는 생애현역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해결책이다.
넷째, 고령기에도 자립할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연령기준이 적용된 복지제도에 의존하지 않도록 교육,의료, 주택, 간병,양육 등에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고령기에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고령자들이 활동하기 불편한 각종 사회시설과 기구를 고령자의 신체에 맞춰 활동하기 편하게 개조해야 한다. 고령기에도 사회에 적극 참여하여 활약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에이지 프리 사회는 풍요롭고 활기가 넘치는 사회이다. 개인의 존엄성을 높이고, 고령사회에서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중대한 삶의 과제이다. 에이지 프리 사회를 만드는 것은 연령 기준의 폐지에 한정되지 않는다. 연령기준을 바꾼다고 해서 에이지 프리 사회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에이지 프리 사회를 구축하려면 혁신적인 사고를 갖고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여 사회 경제제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해 해야 한다. 국민들이 에이지 프리 사회구축의 장점을 공감하고 대대적인 사회적인 운동을 전개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