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두는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16강에 오르기 위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밝힌 적은 없다.
러시아 월드컵 목표를 묻는 말에 “1승 1무 1패 또는 2승 1패로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것”이라고 말한 게 전부다.
한국의 16강 진출 안정권 성적은 승점 5점(1승 2무)이다. 한국 축구의 역대 월드컵 도전 역사에서 1승 1무 1패(승점 4)가 두 차례 있었지만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었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때는 1승 1무 1패를 기록하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 쾌거를 이뤘다.
하지만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같은 1승 1무 1패를 하고도 2승 1무의 스위스, 1승 2무의 프랑스에 밀려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신태용호가 확실한 16강행을 위해서는 최소 1승 1무 1패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 하는 이유다. 물론 월드컵 2연패를 노리는 ‘우승 후보’ 독일이 3전 전승을 올린다면 2010년 남아공 대회처럼 1승 1무 1패의 성적만 내고도 16강행 티켓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신 감독이 1승 사냥의 확실한 제물로 생각하는 건 1차전 상대 스웨덴이다.
스웨덴에 비기거나 패한다면 사실상 16강 진출이 물 건너갈 공산이 크다.
스웨덴을 잡으면 그 상승세 흐름을 멕시코와 2차전과 독일과 최종 3차전까지 끌고 갈 수 있다고 믿어서다.
신 감독은 스웨덴전에서 ‘선수비 후 역습’전술을 구상하고 있다. 경기 초반에는 수비에 치중하다가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재성(전북), 이승우(엘라스 베로나) 등의 빠른 발을 이용해 중반 이후 상대의 장신 수비벽을 허물겠다는 것이다.
득점하지 못하면 승리를 거둘 수 없는 만큼 후반에는 장신 공격수 김신욱(전북)이나 돌파력이 좋은 스웨덴 리그 출신의 문선민(인천)을 ‘조커’로 투입할 수도 있다.
스웨덴의 공격 쌍두마차인 마르쿠스 베리-올라 토이보넨에게 실점하지 않는 건 장현수(FC도쿄)와 김영권(광저우)이 주축인 수비수들의 임무다. 신 감독이 밝힌 ‘1승 1무 1패 또는 2승 1패’의 구상이 실현되려면 멕시코와 2차전에서 승리 또는 무승부가 필요하다.
멕시코는 자타가 인정하는 ‘조별리그의 강자’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은 7회 연속 출전인데, 앞선 본선에서 모두 조별리그를 통과했다. 지난 10일 평가전에서 덴마크에 0-2로 패했던 멕시코의 경기 영상을 돌려보는 등 전력을 파악한 것도 멕시코전 승리를 염두에 두고 있어서다.
하지만 F조 ‘절대 1강’인 독일은 스웨덴전과 멕시코전을 마치고 생각한다는 입장이다. 독일 역시 1, 2차전에서 모두 승리한다면 16강 경기를 대비해 한국과 3차전에선 다소 경기 집중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신태용호가 그 허점을 파고들 여지도 있는 셈이다.
신 감독 역시 앞서 연령대별 대표팀을 지휘하면서 조별리그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신 감독이 ‘죽음의 조’를 헤쳐나왔던 리우 올림픽과 U-20 대회처럼 이번 월드컵에서도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유쾌한 반란’을 일으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