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문화재단과 한국·러시아간 민관 대화채널인 한러대화는 오는 20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내 현대조각정원에서 박경리 동상 제막식을 연다고 14일 밝혔다.
동상이 서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는 1724년에 세운 러시아 최고(最古) 명문대학으로, 드리트리 메드베데프 전임 대통령과 현 푸틴 대통령의 모교이기도 하다. 특히 동상이 들어서는 동양학부 건물은 본관과 더불어 이 대학을 상징하는 곳이다. 동양학부는 고종황제 말기인 1897년부터 1917년까지 한국인 통역관 김병옥이 유럽권 최초로 한국어를 강의한 곳이기도 하다.
동상 건립은 한·러 문화외교사업 일환으로 2013년부터 추진됐다. 러시아 작가동맹이 2012년 ‘국민시인’알렉산드르 푸시킨(1799∼1837) 동상을 서울에 건립해달라고 한러대화에 요청해 이듬해 11월 서울 중구 롯데호텔 앞에 푸시킨 동상이 섰다. 박경리 동상 러시아 건립은 이에 대한 화답이다.
동상은 인물상만 한국에서 제작해 운송하고 기단부와 좌대는 러시아 현지에서 제작한다는 합의 아래 2014년 완성됐다. 권대훈 서울대 조소과 교수 작품이다. 지난해 9월 1일 항공편으로 운송돼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 전달됐다.
박경리의 시 ‘삶’의 마지막 시구인 ‘슬픔도 기쁨도 왜 이리 찬란한가’가 한글과 러시아어로 새겨졌고, 작가에 대한 짧은 소개도 러시아어로 쓰였다.
동상 제막식은 20일 오전 11시 열린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러시아 메딘스키 문화부 장관 및 정부 주요 인사, 한러대화 이규형·크로파체프 양국 위원장, 우윤근 주러 대한민국 대사,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 한러대화 문화예술 및 언론사회분과 위원 등 50여 명이 참석한다. 제막식 후에는 러시아 기자단과의 방담이 이어진다.
박경리 외동딸인 김영주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은 “러시아-원주-하동-통영 네 곳에 같은 형상을 갖춘 동상을 세움으로써 하나의 문화적 벨트가 형성되기를 소망한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