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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사 예방대책이 시급하다

사회적 고립 현상 확대, 폭넓은 인간관계 구축해야 영원한 청춘 액티브 시니어 칼럼 - 이형종 박사(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시니어 연구소장, 본지 객원기자)
올해 1월 영국의 메이 수상은 고독담당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신설했다.

영국에서는 연령에 관계없이 900만 명 이상이 고독에 빠져 힘들게 살고 있다고 한다. 고독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우는 정도의 건강피해를 준다고 한다. 고독문제로 영국의 국가경제에 주는 손해는 연간 320억 파운드(약 46조4330억원)라고 하니, 정부부처를 만들어 대책마련에 나설만하다. 앞으로 해당 부처는 고독수준을 측정하고, 고독을 줄이는 정책개발에 필요한 기금을 설립할 것으로 보인다. 

이웃 일본에서도 고독사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2010년 1월 일본 NHK는“무연사회 일본”이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였다. 누구도 모르게 처리할 사람도 없이 사망하는 “무연사”의 모습이 소개되었다. 고령화에 따라 독신세대가 증가하면서 대도시 주택단지에서 발생하는 고립(고독)사고가 자주 보도되고 있다. 

인간관계가 희박해진 도시에서 고령자의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다. 고독사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기 때문에 특정 지역 내의 부분적 통계밖에 없다. 

동경 감찰의무원에서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동경 23개구의 고독사는 2003년에 1441명이었지만, 2012년에는 2727명이었다. 10년 동안에 고독사가 2배로 늘어난 것이다. 2016년에는 동경 23개구에서 4604명이 고독사로 추정되고 있다. 2016년 사망자수는 약 131만 명이었다. 

전체 사망자 중에 자택에서 사망한 재택사 비율은 13%(약 17만명)이었다. 그 과반수이상이 고독사로 추정되고, 그 중에 70%가 남성이다. 고독사의 수치는 자살자 2만 1017명을 훨씬 넘어섰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웃 일본에서 60세 이상 독신세대의 40% 이상이 고독사를 신변의 문제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지자체, 민간기업, NPO 등이 고독사 예방대책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특히 민간기업은 고독사를 예방하는 다양한 상품을 만들고 있다. 최근에 무선 통신기기를 내장한 아이폰을 고령자가 사용하면 그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에게 전달되는 제품이 등장했다.  가족은 그 모습을 휴대전화와 컴퓨터로 언제 어디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고독사의 예방검사를 하는 제품도 나왔다. 

만일 생체정보가 단절되면 등록자에게 긴급 메시지를 통보한다. 고독사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 상품도 등장했다. 임대주택에서 고독사가 발생할 때 집주인에게 특수청소와 유품정리 등의 비용을 보장하는 상품이다. 고독사가 발생한 방의 원상복구비용을 보상하는 보험도 판매되고 있다. 

지금까지 핵가족이 표준가족이었다. 인구 고령화로 핵가족은 독신가족으로 빠르게 세분화되고 있다. 혼인율이 감소하고, 경제침체에 따른 가족붕괴와 이혼이 늘어나면서 독신세대도 증가하고 있다. 혼자 살면 누구와도 대화조차 하지 않는 독신사회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고령자 독신세대의 정신적 건강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직장에서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면서 직장의 동료의식도 약해지고 있다. 

직장에서 과도한 실적경쟁으로 직장 내의 인간관계의 고립도 깊어지고 있다. 정신적 건강이 나빠지면서 중고령 근로자의 자살도 늘어나고 있다.

주변에 상담할 사람이 없고, 퇴직 후에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60~70세의 퇴직자들은 외출할 기회가 줄어들고, 혼자서 집에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사람에 따라서 운동부족과 불규칙한 식생활 때문에 현역시절에 앓고 있던 생활 습관 병이 일시에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흔히 퇴직 후 3대 리스크는 돈, 건강, 고립이라고 말한다. 

경제적으로 연금제도, 건강관리를 위한 의료 간병보험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것만으로 긴 노후생활을 보내기에 충분치 않다. 고령자의 고립을 예방하는 공식적인 제도는 거의 없다. 퇴직 후에도 사회관계를 유지하고, 고립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퇴직 후에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활약할 수 있는 장수사회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고령자들이 일자리, 학습, 봉사 및 여가활동을 촉진하는 획기적인 사회참여 정책이 필요하다. 사회참여 정책은 연금과 의료보험재정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고령화 대책으로 생각해야 한다. 

고령자 개인적으로 독신사회의 고령기를 안심하고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 폭넓은 인간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 지연, 혈연, 회사의 직연(職緣)과 같은 복합적인 인간관계를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고령기에 필요한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지적 호기심을 갖고 미래지향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생 후반기의 고립 위험을 극복해야 행복한 인생으로 귀결될 수 있다. 

누구나 영원히 살 수 없다. 대부분 사망 후 몇 주만에 발견되는 고독사 만큼은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행복한 최후기를 맞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무연사회와 같은 사회적 고립현상은 세대를 넘어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고립문제를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심각한 과제로 인식하고 세심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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