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으면 장사를 잘하고 소매가 길면 춤을 잘 춘다’는 옛 속담이 있다. 그런데 이제 이 말들은 우리의 현실과 어쩐지 좀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배운 자 보다 가진 자가 더 행세를 하는 사회에서는 글 가르치는 것 보다 돈을 모아 주거나 돈 버는 방법부터 가르치려 하기 때문이다.
또 돈이 많다고 장사가 저절로 잘 되는 것도 아니므로 지키고 굴리며 불리는 방법부터 가르쳐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치관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갖고 있는 관심사 중 가장 큰 사회적 이슈는 단연 부동산 투기다. 실생활과 밀접한데다 김대중 정권 후반부터 시작된 부동산 가격폭등의 여진이 아직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길거리를 나서면 부동산 중개인 사무소가 즐비하다.
그렇다고 부동산 왕국도 세계에서 부동산 거래가 가장 활발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모든 국민들이 투기는 나쁘다고 말하면서도 기회만 되면 너도 나도 투기를 하려고 기웃 거린다는 사실이다.
고관대작 인사들이 청문회 과정에서 단골메뉴로 집중 추궁 당하는 흠결 중의 하나가 불법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이라는 사실은 이러한 사회적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우리는 무엇인가 큰 오류에 빠져 있고 정당한 경제 활동보다 비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옳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셈이다.
투기는 생산 활동과 관계없이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이 다르다.
어쩌다 이런 투기만능 사회가 되어버렸을까. 여러 가지 해석이 있겠으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정상적인 경제 활동으로는 치솟는 부동산 값을 따라 잡지 못할 뿐 아니라, 서민들에게는 평생 월급을 모아도 집 한 채 장만이 어렵게 된 사회적 구조가 곧 그것이다.
따라서 서민들에게는 투기만이 가진 자를 따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된 셈이다. 투기로 한 몫 잡거나 창업으로 대박을 터뜨리는 길 밖에 없다는 뜻이다.
더욱이 대출을 끼고 집을 살수는 있어도 값이 떨어지면 ‘하우스 푸어’ 신세가 될 위험도 아주 높아진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한 투기 없이 정상적 투자로는 서민계층 신세 탈출은 요원 할 수밖에 없다. 영원한 무주택자에 세입자는 영원한 세입자 일 수밖에 없다. 월급 모아 집 장만 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전설 속 이야기처럼 들려온다.
부동산 투기의 해악(害惡)을 쉽게 설명하면, 혈관 속의 피가 막힘없이 흐르고 돌아야 몸이 건강한 것과 같다. 핏덩이가 뭉쳐져 어디에선가 한 곳에 쌓이면 병든 몸이 된다.
국가경제나 가정경제에서도 뭉칫돈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하거나 한 곳으로만 쏠린다면 경제의 순환 기능은 느려지고 성장도 제약 받게 된다.
모든 부분에 균형적으로 배분 되어 경제의 흐름 경제활동의 활성도가 높아져야 반복적 부가가치 창출로 국부가 커질 수 있다는 단순한 원리다. 경제 각 부문에 균형적 수혈이 되어야만 균형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공급이 확대되면 가격이 안정되며 투기수요가 억제된다는 것은 시장의 기본원리다.
작년 국토교통부장관의 8.2 부동산 종합대책에 이어, 정부에서는 부동산 관련 새로운 정책을 또 다시 내놓을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 재정특위 관계자는 주택과 토지보유세 인상안을 이 달 21일 공청회 또는 공개토론을 열어 본격적으로 논의를 하겠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보유세 압박으로 부동산의 흐름을 개선하고 세수도 늘리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듯하다. 그러나 보유세만 인상하려고 한다면 제한적이고 부분적인 처방에 불과하다고 본다.
국가 경영이나 기업 경영도 큰 틀에서 보면 일맥상통한다. 즉, 자본의 흐름을 원활하게 할수록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쌓여지게 마련이다. 모인 돈을 땅과 건물 속에 묻어 둘 때 재산이 저절로 불어난다면 어느 기업가가 힘들게 생산 판매 기업활동을 하려하겠는가.
이 문제의 해결은 장기적으로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이제는 100년 앞을 내다보는 국가 대계적 차원의 정책을 수립하자. 판박이가 아닌 새로운 각오로 접근해보자.
지금까지는 단기적이고 임시 수혈적 처방의 범주를 넘지 못했다.
우선 정략적으로 고려하다 보니 상황에 따라 수시로 쥐었다 풀었다 오락가락 할 수밖에 없었다.
정경을 분리하면 우리나라에도 부동산 정책 전문가와 유능한 경제해결사들이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부동산 투자로도 수익을 낼수 있고 기업 활동으로도 이익이 창출되며, 봉급생활자도 절약하고 저축한다면 집 장만이 가능한, 그야말로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은 분명 있을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자본주의 정신과 질서를 파괴하는 사회적 죄악이다.
열심히 살고 모은다면 투기 없이도 내 집에서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서민들이 외침을 정부는 듣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