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학년도부터 중·고교생이 사용할 역사·한국사 교과서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 대신 ‘민주주의’라는 표현이 쓰인다.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논란이 됐던 ‘대한민국 수립’ 표현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뀐다.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런 내용을 담은 ‘초등 사회과·중등 역사과 교육과정’ 개정안을 22일 행정예고한다고 21일 밝혔다.
교육과정은 교과목과 수업·평가방식 등 학교 교육의 기준이 되는 규정이다.
정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폐기하면서 박근혜 정부가 교과서 국정화를 전제로 만들었던 중·고교 역사과 교육과정도 바꾸기로 했다. 중·고교와의 용어 통일 등을 위해 초등 사회과 교육과정 역시 개정한다.
교육부는 기존 교과서와 교육과정 등에서 혼용했던 자유민주주의와 민주주의 표현을 '민주주의'로 바꾸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역대 역사과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대부분 ‘민주주의’ 표현을 썼다”며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자유·평등·인권·복지 등 다양한 구성요소 중 일부만 의미하는 협소한 의미”라고 설명했다.
보수진영에서는 1987년 만들어진 현행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했고 ‘자유’를 빼면 사회민주주의나 인민민주주의로 해석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진보진영은 ‘자유민주’란 표현이 1970년대 유신헌법에 처음 등장했고, 한때 북한에 대한 체제 우위 선전 구호로 쓰였다며 ‘민주주의’가 더 중립적인 표현이라고 본다.
국정교과서 추진 당시 논란이 됐던 1948년의 의미는 ‘대한민국 수립’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정했다.
현재의 교과서에서도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표현했고, 임시정부의 정통성과 독립운동 역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다.
이와 별도로 교육과정 시안 마련 과정에서 빠져서 논란이 됐던 6·25전쟁 ‘남침’ 표현은 개정안에 명시했다.
교육부는 또 역사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자 중·고교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를 일부 줄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과정에는 ‘소주제’와 ‘학습요소’가 있는데 학습요소를 중학교는 30%, 고등학교는 55%가량 줄였다”며 “기존 교육과정이 너무 촘촘해 역사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 보장을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중학교 역사①은 세계사로, 역사②는 한국사로 분리하고 중·고교의 학습 내용이 중복되지 않도록 했다.
교육부가 지난달 검정교과서 집필기준 시안을 공개했을 당시 논란이 된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표현은 이번 교육과정 개정안에 언급되지 않았다.
교육과정의 하위 개념인 집필기준은 서로 다른 출판사가 검정교과서를 만들 때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행정예고 대상이 아니라 별도의 의견수렴 절차는 없다.
지난달 공개된 고교 한국사 집필기준 시안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과 관련해 ‘남한과 북한에 각각 들어선 정부의 수립 과정과 체제적 특징을 비교한다’고 적었다.
현재 학생들이 쓰는 교과서의 집필기준(2009개정 교육과정)이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으로부터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사실에 유의한다’고 표현한 것과 다르다.
교육부는 다음 달 열릴 교육과정심의운영위원회에서 교육과정 개정안을 수정할 경우 하위 개념인 집필기준도 함께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예고 기간은 22일부터 7월 12일까지 20일간이며 교육과정 개정안은 교육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것”이라며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심의회운영위원회를 거친 뒤 7월 말 최종 확정·고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