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본격화하면 어떤 카드로 공세를 펼칠까.
중국은 대미 수입규모보다 수출규모가 월등히 크다는 점에서 보복 관세로 정면 대응하는 것 외에 미 국채매각, 위안화 절하, 대북 제재 완화 같은 수단도 동원할 수 있다고 미 CNBC 방송이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통계 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미국에서 수입한 규모는 1299억 달러로, 미국으로 수출한 규모인 5055억 달러에 크게 못미친다.
따라서 중국이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맞붙는다면 직접적 무역 보복 효과가 빠르게 소진될 것이며, 국제 사회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거론되는 만큼 도덕적 우위는 미국 차지가 될 것이라고 LPL리서치는 진단했다.
그렇다고 해서 중국이 무역전쟁을 두려워하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왔다.
오안다의 애널리스트인 크레이그 얼람은 “중국이 무역전쟁을 원하지는 않지만, 무역전쟁에 연루되는 것을 무서워하지도 않는다”라면서 “이 때문에 무역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알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우선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를 상대로 관세 부과, 수입 제한 등 대응 조치를 내리면서도 또 다른 선택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인 알렉 필립스는 내다봤다.
여기에는 애플·구글 보이콧, 위안화 절하, 미 국채매각, 대북 제재 완화를 통한 지정학적 판세 전환 등이 거론됐다.
실제로 중국 인민은행은 20일 위안화 환율을 전거래일보다 0.55% 오른 달러당 6.458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위안화 가치를 지난 1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린 것이다.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전날 중국 증시가 무역 갈등 우려로 폭락하자 ‘포괄적’ 통화 정책을 동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국이 손에 쥔 미 국채도 3월 현재 1조188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큰 손이다.
중국은 2013년 말부터 현재까지 미 국채 보유규모를 10.2% 줄였으나 여전히 세계 최대 보유국이다.
특히 위안화 절하는 미중 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흔드는 카드가 될 수도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다봤다.
미국외교협회(CFR) 브래드 세서 선임연구원은 “미국이 관세 부과를 고수하면 중국은 더 공격적 선택지를 검토할 필요가 생길 것”이라며 “그중에서도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방관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검토될 만하다”고 진단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는 보복관세 부과와 함께 비(非)무역 부문에서 다양한 대응 조처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웨이젠궈(魏建國) 전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급)은 “미국에서 수입하는 항공기, 반도체, 에너지 등의 부문이 (보복관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은 운송, 관광, 교육 등 서비스 교역 부문에서도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해마다 막대한 수의 중국인 관광객과 유학생이 미국을 향하는 만큼, 중국 정부가 이를 제한할 경우 미국이 상당한 서비스수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이러한 조치는 일시적 조치가 아닌 영구적 조치가 될 수 있다”며 “상황이 더욱 악화할 경우 미국 기업들이 중국 금융시장에서 배제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주하이빈(朱海斌) JP모건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미국에 보복관세로 맞서기보다 다른 다양한 조처를 할 수 있다”며 “중국은 자국에서 영업하는 미국 기업에 그동안 부여했던 혜택을 박탈하거나, 향후 거래에서 이들을 배제하는 조처 등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전문가인 루이스 쿠이즈스는 “중국이 미국보다 실탄이 더 빨리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 고통을 가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다”며 “안전 검사나 세무 조사 강화, 수입 절차 지연, 미국 제품 불매운동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조치는 친기업 환경을 조성해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미국에 맞서 자유무역 수호자를 자처하려는 중국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