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생은 커피와 함께하는 거죠.”
이달부터 부산 수영구 광안동에 있는 ‘둘레커피숍’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게 된 한봉순(여·68)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커피를 즐겨 마셨다.
국제시장에서 팔던 미군 커피의 매력에 빠진 한 씨는 한때 영어학습지 교사로 일하다 은퇴한 뒤 7년 전에 바리스타 자격증을 땄다.
한 씨는 “나이가 들면 영어 발음이 이상해진다는 편견 탓에 더는 일을 할 수가 없었다”며 “50년 가까이 즐긴 커피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소속된 둘레커피숍은 수영구의 노인 일자리 전담기관인 부산수영시니어클럽이 운영한다.
이 커피숍은 올해 부산시의 부산특화노인일자리사업 공모에 선정되고 기존에 있던 사업장인 ‘둘레도시락’을 리모델링해 커피와 디저트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곳이다.
둘레커피숍은 커피 전문가 양성과정을 이수하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도 일할 곳이 없던 노인에게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
또 자격증이 없는 노인에게도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바리스타 교육도 실시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한 씨와 비슷한 또래의 직원이 10명이 넘는다. 이들은 일주일에 사흘, 하루에 한 시간씩 근무하며 20만원이 조금 넘는 월급을 받는다.
한 씨는 “지금 하는 일이 육체적으로 전혀 힘들지 않다”며 “근무시간을 늘려서 월급을 더 많이 받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2016년부터 햇수로 3년째 지역에 특화한 노인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까지 부산의 16개 지자체 중에서 수영구의 커피숍을 비롯해 강서구와 사하구의 참기름 제조·판매, 동구 문화해설사 등 9개 지자체에서 10개 사업이 진행 중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 성과를 본 뒤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