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 앞에 선 한 소년이 국자로 무언가를 떠서는 군복 차림 남성이 든 컵에 따라준다. 나이답지 않게 무심한 얼굴과 꾀죄죄한 옷차림, 자기 몸보다 더 큰 양동이가 소년의 삶을 짐작게 한다.
1950년 9월 23일 촬영된 이 흑백사진 속 소년은 한국전쟁 ‘부대 마스코트’(unit mascot) 중 하나다. 전쟁통에 부모를 잃은 고아 중 일부는 미군 부대에서 허드렛일을 거들며 부대와 함께 이동했다. 이들 중 몇은 종전 후 미국으로 정식 입양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국사편찬위원회는 6·25를 맞아 ‘부대 마스코트’를 포함해 한국전 사진자료 일부를 공개했다. 국편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수집한 것으로,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의미가 있는 사진들이다.
불안감을 억누른 채 1950년 12월 18일 대구역에서 신병 아들을 배웅하는 어머니, 같은 해 11월 8일 폭격에 폐허가 된 원산 시내 집터에서 쓸만한 물건을 찾는 남성, 1951년 3월 1일 가재도구들을 잔뜩 짊어진 채 아이를 앞세운 피난민 가족 등 다양한 사진이 공개됐다.
역사 현장을 포착한 사진도 보인다. 유엔군과 공산군이 1951년 7월 8일 개성 휴전회담 예비회담에서 처음 얼굴을 마주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본 회담은 이틀 뒤 시작됐지만, 사진 속 이날부터 양측의 기나긴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같은날 개성에서 휴전회담이 이뤄지는 와중에 북한군 병사와 미군 병사가 함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을 같이 읽는 흥미로운 순간도 공개됐다. 사진 속 잡지는 1951년 6월 16일 자로, 표지 인물은 당시 유엔군 사령관 매튜 리지웨이였다.
전쟁이 끝난 뒤 북한에서 파괴된 철로를 복구하는 모습도 나왔다. 1954년 4월 27일 촬영된 사진이다. 국편은 “최근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를 향한 기대감이 부쩍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국전쟁 당시의 일상과 평화를 담은 사진자료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국편은 앞으로 주제별로 분류·정리한 자료를 수시로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진들은 전자사료관 홈페이지(http://archive.history.go.kr)에서도 볼 수 있다.
박연옥 기자/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