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원칙적으로 3~ 4명이 모여야 가능한 단체 스포츠다. 한 사람이 약속을 펑크 내면 나머지 동료들에게 직간접 민폐를 끼치는데 그 범위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도 있다.
시간이 임박해서 또는 당일 아침에 휴대전화 한 통으로 불참 통보를 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나머지 동반자들에게는 청천벽력 패닉 상태요, 하늘이 무너지는 재앙으로까지 여길 수도 있다. 판을 깨거나 분위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친구는 당연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다.
아무 연락도 없는 노쇼(no show)는 물론 이런 전화 한 통 짜리 무책임한 인간에게는 사망으로 간주하여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라는 문자를 집단으로 날려 보내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전쟁 발발 시나 부모 배우자 직계가족 사망의 경우에만 양해된다지만, 한 술 더 떠서 골프약속은 신성불가침, 불가해지의 약속, 헌법 위의 골프약속 이라고도 부른다. 본인 사망 이외에는 약속을 깰 수 없다고도 한다.
그나마 일부 골퍼들 중에는 대타를 구해서 인원을 채워 주기도 하여(가끔 부인을 보내기도)판을 깨지는 않지만 원래 기대했던 분위기와 목적에 맞는 사람을 찾기 힘들 때가 대부분이다.
미국에서도 골프약속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우리와 마찬가지다.
한창 골프를 치고 있는 페어웨이 안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신부가 갑자기 뛰어 들어와서 샷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에게 소리 지른다.
“야, 우리 오늘 결혼식이잖아!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 남자 머쓱하게 대답하길, “오늘 비가 오면 결혼하고 날씨 좋으면 친구들과 골프 간다고 했잖아!”
일반적으로 늘어놓는 불참핑계와 변명, 그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재미있다.
마누라가(딸이) 갑자기 진통이 와서 산부인과 가느라 → 니가 낳아?
애 입학시험 때문에 → 네가 시험 보냐?
몸이 안 좋아서 → 운동부족이니 와서 운동 더 해라.
시어머니 입원 → 언제부터 효부? 시어머니 생일 때도 나왔었잖아!
남편이 아파서 → 시달려서 아프다. 혼자 둬야 낫는다.
장인 장모가 왔다 → 딸 호강시키려고 사업이 바쁘구나 생각하게 나와라.
골겔 지수(골프 엥겔계수, 전체 지출에서 골프비의 비중)가 너무 높아 아내 눈치 보여 → 내기해서 따가라!
오늘 비 온다던데 → 네가 하나님이냐?
차가 너무 밀려서 돌아간다. → 평소 카레이서급 운전 솜씨 뒀다 어디 쓰려고?
골프 중에 어떤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놀란 표정을 지은 그는 홀 아웃을 하자마자 황급히 앞 팀을 향해 달려가서 이렇게 말했다.
“마누라가 교통사고를 당해 크게 다쳤는데, 패스 좀 해주실래요? 저희 팀이 먼저 치고 나가게요”
이 유머 속엔 골프가 그 만큼 재미있다는 뜻도 되겠지만 절대 판을 깰 수 없다는 뜻에서 나온 이야기다.
골프 약속을 어김으로 발생하는 피해는 4인이 분담할 총 공동비용을 3인이 분담하므로 추가비가 발생되고 예정된 내장객 공석으로 골프장 측 영업 손실이 발생한다.
비즈니스 골프였다면 사업기회의 상실 등, 그 외 정신적 피해까지 따진다면 추정불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액이 될 수도 있다.
골프약속이란 각 개인이 소중한 시간을 투자한 공동 무형자산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약속을 파기 하는 것은 공동의 자산을 빼앗는 범죄행위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