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27일로 보름이 지난 가운데, 양측은 ‘정중동’ 양상이다. 치열한 물밑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관측이나, 비핵화 로드맵 등을 논의할 북미 후속협상 일정은 아직 '안갯속'이다.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북미는 정상회담의 결과를 이행하기 위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관련한 북한 고위급 관리가 주도하는 후속 협상을 가능한 한 가장 이른 시일에 개최하기로 약속한다'는 문안이 포함됐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 방북을 언급했으나, 북한은 정작 폼페이오 장관의 카운터파트조차 정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폼페이오-북한 고위급 관리 라인을 지원할 실무 라인이 어떻게 정해질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실무라인으로 미국 측이 북미정상회담 전 긴급 투입했던 성 김 주 필리핀 미국 대사를 재기용할지 아니면 새 인물을 선임할 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북한 측 실무라인으로 재발탁될 가능성 커 보이지만 그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선 북미 후속협상과 관련해 공이 북한 쪽 코트로 넘어가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한미 양국이 연합군사훈련 유예라는 중요 조처를 해가며 비핵화와 북한 체제보장을 논의할 후속협상의 조기 개최를 기대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묵묵부답’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물론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4항에 명기된 미군 유해 송환 관련 움직임은 이뤄지고 있지만, 국제사회가 가장 주목하는 비핵화 프로세스와 관련해 북한의 가시적인 후속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예고하고 이행했듯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조치를 예고한다든가, 최근 연합훈련 중단 등 한미의 행보를 평가하고 후속 대응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등의 조치가 기대되지만, 북한이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미 간 후속협상이 언제 어느 급(級)에서 이뤄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북미 조율이 급진전해 폼페이오 장관이 바로 방북할 수도 있지만, 그에 앞서 실무급이 먼저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노골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기보다는 기다리면서 동력을 유지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어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연일 대중 상대 행사에서 정상회담의 성과를 홍보하고 있고,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북한 비핵화 협상에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북한을 압박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그들(중국)은 정말로 북한과의 국경 문제에 있어 우리를 도왔다”면서도 “그들은 더는 우리를 돕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애석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미국도 지난달 19∼20일 3차 북중정상회담에 따른 북중관계 강화가 향후 북미협상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아직 북한 노동신문 등에서 과거의 기조를 그대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북한으로선 핵무력 완성에 주력해오다 이제 비핵화로 가야하니 거기에 따르는 내부 조율과 정리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비핵화를 하겠다고 결심한 이상 북한이 일부러 시간을 늦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신범철 안보통일센터장은 “북한이 (후속협상과 관련) ‘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하며,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하면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등 모종의 ‘선물’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센터장은 그러면서 “북중관계 강화로 대북 압박 수단이 약화한 지금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단에 의존한 채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사선택’하게 해서는 안 되며, 한미중 등이 공동의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성수목 기자kbs9@ 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