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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깁스하고도 골프장으로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 최중탁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18
3년 전 함께 골프를 치던 지인이 라운드 중 계속 시계를 보기에 이상하다 여겼는데 갑자기 골프채를 옆에 두고는 북쪽을 향해 절을 세 번하고 반배를 하는 것이었다.
의아해서 “갑자기 무슨 일이요?”하고 물었더니 그 분이 “지금 아버님 입관시간 입니다”라고 하는 것이었다.

농담 삼아 하는 말 중에 이런 얘기도 있다. 실제 친척 어른 돌아가셨는데도 골프장 나오는 사람은 흔하며, 골프만화 중에는 한 골퍼가 지나가는 장의차에 정중한 예를 표하며 “참 좋은 마누라였는데…”라고 말해 부인이 죽었는데도 골프장에 나왔음을 암시하는 내용도 있다.

재미있는 칼럼 하나 더 소개한다.
내게 골프약속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한 기업인이 있다.

6~7년 전 쯤 일이다. 날씨가 화창하던 주말 오후 선배일행과 라운드에 나섰다. 그 자리에서 한 중견기업의 부사장 K와 인사를 나누게 됐다. 악수를 마치고 팅그라운드에 올라서는 순간 나는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K 부사장의 오른쪽 다리에는 깁스붕대가 칭칭 감겨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깁스를 하시고 어떻게 골프를 치시려고요.”
“아, 뭐, 괜찮습니다. 오늘은 다리가 불편하니 양해해 주신다면 티샷은 생략하고 어프로치와 퍼팅만 하도록 하지요.”

초로의 신사는 그날 드라이버를 잡지 못했다. 우리 일행은 그가 신입사원들과 씨름을 하다 다리인대가 끊어져 깁스를 하고 나왔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아니 이게 웬 일입니까, 다리 인대가 끊어졌는데 어떻게 골프를 할 생각을 하셨어요?”
“허허, 이거 참, 부끄럽습니다. 신입사원들과 씨름 하는 건 회사 전통인데 과욕을 부렸다가 그만 인대가 끊어지고 말았네요. 그래서 이렇게 깁스를 하고 나왔습니다.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골프를 즐기세요.”

너무 놀라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초로의 신사는 일행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홀마다 세컨드 샷 지점에 공을 드롭한 뒤 거기서부터 플레이를 하는 거였다.

내가 드라이브 샷 한 공이 떨어진 바로 옆에서 그는 어프로치를 했다.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서도 공을 잘도 부쳤다. 그러고는 ‘줄 파’ 행진을 했다. 게다가 파3홀에선 아이언으로 조심스럽게 티샷을 했다.

변함없이 그의 다리에는 깁스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래도 그는 가볍게 온 그린에 성공한 뒤 버디까지 잡아냈다. 성한 몸으로도 온 그린조차 못 하는 내 실력이 부끄러웠다.

그날 우리 일행은 라운드를 마친 뒤 저녁식사까지 하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식사 도중 그는 골프 약속에 대한 그의 철학을 밝혔다.
“사소한 이유로 약속을 어긴다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믿고 비즈니스를 하겠습니까. 골프약속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대가 끊어졌다고 해서 취소하는 것은 저 스스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내가 오히려 일행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골프 약속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그 이후 나는 한 번 골프 약속을 했다면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반드시 지키려고 노력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말이다. 그런데 K 부사장이 누구냐고? 지금은 부회장이 되셨다고 들었다. 현대하이스코 김원갑 부회장이다.

이상은 [JTBC 골프] 칼럼 정제원의 ‘골프 비타민’에서 옮겨 온 글이다.
그 만큼 골프약속은 중요하다. 지키지 못할 약속을 섣불리 하는 것도 금물이다. 일단 약속을 했다면 날씨 불문 그야말로 본인 사망이 아닌 이상 지켜야 하는 것이 골프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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