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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페이디피데스적 비극

夏·林·散·策 - 박하림(수필가, 전 (주) 휴비츠 고문)
어찌하여 사람들은 사기종인(舍己從人) 하기를 꺼려하는가. 
공동체의 울력이나 삶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자기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만을 내세우지 말고 다른 사람의 보다 좋은 뜻을 따르는데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남의 말과 행동을 본받아 자신의 언행을 바로 잡는 것도 필요하다. 경영학에서 남의 좋은 점이나 성공사례는 배워 본뜨고 남의 나쁜 점, 실패사례는 교훈삼아 실패를 예방한다는 벤치마킹방식이 있다.

저런 배우는 방법에는 예부터 강조되어온 온고지신溫故知新이라는 지혜로운 학습방법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과거지사에서 배울 게 얼마나 많은데 무턱대고 과거는 잊으라고 한다. 

현재만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지 과거지사는 영원히 사라진 것, 연연해 할 것도 되돌아본들 유익하게 얻을 게 없다는 것이다. 과거에 매달리고 과거방식에 집착할수록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전혀 그렇지 않다. 과거는 성공이든 실패든 완성된 역사이므로 배워 본뜨거나 교훈 삼을 일이 무진장이기 때문이다.
 

제우스신의 쌍둥이 아들 휘하에 아테네 출신으로 마라토스라는 장군이 있었다. 페르시아와 전쟁 때 그가 승리를 위한 신탁을 했다. 그가 승리를 위한 제물로 희생하면 승전할 것이라는 신탁이 나왔다. 그는 조국을 위해 자결했고 그리스는 승리했다. 

마라토스 장군이 자결한 벌판을 ‘마라토스의 땅’이라는 의미의 ‘마라톤’으로 명명하고는 달리기의 명수인 페이디피데스 병사를 시켜 고국에 승전보를 전하게 했다. 그는 마라톤으로부터 아테네까지 42.195 km를 달려가 아테네시민들에게 ‘기뻐하시오! 우리가 정복하였소!’ 외치고는 그만 기진하여 쓰러져 죽었다. 

그의 임무수행정신은 가히 본받을 만큼 빛났으며 공을 위해 사를 희생한 의로운 처신이었으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어 결국엔 죽기까지 한 어리석음 또한 컸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가 없다.

 인류역사상 가장 어리석었던 사례를 들자면 부지기수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인류의 조상이라는 아담의 어리석음이다. 뱀의 유혹에 넘어간 이브가 베갯머리송사로 유혹하고 짓졸랐을 때 어리석게도 그는 금단의 열매를 따먹고 결국 에덴이라는 낙원에서 쫓겨났다. 금단의 열매와 낙원을 맞바꾸다니 저토록 어리석은 거래는 인류역사상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인간이 자초하는 불행이란 순전히 어리석음 때문이다.

저 아담의 어리석음과 비견될만한 게 예수의 제자였든 유다의 배신이었다. 
그는 예수의 열두 제자로 뽑혀 재무를 맡을 정도로 예수의 신임을 받았는데 얼마나 교활한 사탄의 유혹에 넘어 갔나 돈에 환장해 은자 수십 냥에 적에게 구세주를 팔고 천국을 버렸다. 

 어리석을 ‘치痴자를 풀면 지식이나 지혜가 병들어 병病속에 갇힌 형국이다.
병든 지식이나 지혜는 무용지물이며 인간을 한없이 어리석게 만든다. 가령 나라를 잃는 걸 보면 힘이 없어 빼앗기기 전에 먼저 임금과 백성이 함께 어리석어 국기國基가 썩어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음을 모르거나 알면서도 방치하는 데서 시작한다. 실로 어리석음이란 매우 무서운 사탄이다.

역사적으로 어리석음 때문에 국토가 유린당해 쑥대밭이 되고 인구의 7할이 목숨을 잃어 국기가 휘청하였던 비극이 조선조에 있었다.

선조 임금의 어리석음 때문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채 20일도 되기 전에 왜군은 한양 도성을 점령했고, 참소와 곡해로 열세에도 불구하고 해전에서 연승, 제해권을 쥔 삼도좌수사 이순신을 한양으로 잡아 올려 졸지에 죄인을 만들었다.

이 나라는 그런 어리석은 임금이나 당쟁 때문에 임진왜란 4백여 년 후 망국의 처지로 전락했다. 
 지금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자리에 앉아 국사를 결정함에 있어 저런 페이디피데스 적 어리석음이 재연되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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