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청춘, 액티브 시니어 칼럼 - 이형종 박사(본지 객원기자, 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시니어 연구소장)
나는 퇴직한 중장년층을 만날 때마다 실례를 무릅쓰고 장래의 계획을 물어본다. 장래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자신 있게 대답하는 퇴직자들은 매우 적다. 대다수가 “우선 쉬고 나서 생각하겠다”고 말한다.
몇 개월이 지나도 똑같이 대답한다.
현재 퇴직자들은 입사할 때 회사를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했다. 한 직장에 인생을 맡기고 오랫동안 일할 수 있었다. 충분한 퇴직금을 받고 유유자적한 인생 시나리오를 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바뀌었다. 평생직장은 옛말이 되었다. 저성장 시대에 글로벌 경쟁으로 기업의 수명이 단축되고 있다. 장수시대에 일할 수 있는 기간을 늘어났지만, 회사에서 오래 일하기도 어렵다. 매년 늘어나는 퇴직자의 재취업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다.
재취업 문이 좁기 때문에 퇴직이 두렵기만 하다. 현재 직장에서 정년까지 버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장래에 뚜렷한 커리어 비전도 없다.
현재 근무하는 조직이 나쁘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길어진 직업인생을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새로운 준비를 해야 한다. 퇴직 후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씻는 최선의 방법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 준비하는 것이다.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미래를 응시할 필요가 있다.
카나 이토시 히로“사람은 스스로 장래 커리어를 생각해야 한다. 기업은 직원의 커리어, 취업능력 향상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기업이 근로자의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 전후와 중년기에 자발적으로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인생을 역산하고, 인생의 정오시기에 진정 하고 싶은 것을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커리어 설계는 먼저 삶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 시작된다. 제2인생의 새로운 시기가 존재한다고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인생 이모작을 위해 무엇인가를 찾기 시작한다. 현역시절의 능력과 기술, 경험, 기호를 점검하고 자신을 되돌아 본다. 또한 장래에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한다.
최근 서울시 50플러스재단과 전직지원회사는 중장년층의 세컨드 커리어를 지원하고 있다. 다양한 인생설계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고, 전문가에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생애설계교육은 삶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성찰을 돕는 프로그램이다.
일본에서는 세컨드 커리어에 대비한 인재개발과 종업원의 복지증진 차원에서 커리어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다. 재취업 알선, 직업교육 등 세컨드 커리어를 지원하는 인프라는 예전에 비해 체계화되었다. 그러나 매년 대량 퇴직하는 중장년층의 다양한 삶의 욕구를 충족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현실이다. 중장년층의 세컨드 커리어 설계에 대한 인식수준도 낮다. 현실적인 생계유지에 매달려 장래를 설계할 여유가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누구나 언제가 퇴직한다. 그 때를 대비하여 하고 싶은 것, 의미가 있다고 느끼는 것을 찾아둘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미리 탐색해 두는 것이다. 새로운 커리어를 염두에 둔다면 회사에 얽매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근무하는 회사가 인생의 일부일 뿐이라는 발상이 필요하다. 그러면 회사의 평가기준이 아니라 세상의 평가기준으로 만사를 생각한다. 자신의 능력과 기술이 세상에서 어떻게 평가 받을지 신경 쓰게 된다.
자신의 시장가치가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스스로 새로운 기술과 능력을 배울 것이다. 머지 않아 회사를 떠난다고 생각하면 장래의 커리어 설계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할 것이다. 커리어 정보를 찾는 과정에서 우연한 기회를 만날 수도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크롬볼츠 교수는 개인 커리어의 80%는 예상치 못한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그
저 우연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발생하도록 적극적으로 행동하거나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관심을 두면서 우연의 사건을 최대한 활용하고, 커리어 이행능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계획된 우발성은 호기심, 지속성, 유연성, 낙관성, 모험심을 갖고 행동할 때 일어나기 쉽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