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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는 골퍼

미국 골프 티칭프로(USGTF) 최중탁의 재미있는 골프이야기 20
한창 골프에 물 올라 있던 시절에는 골프는 우천 관계없이 공이 물에 떠내려 가지만 않으면 친다는 전투적인 마음가짐을 견지 했었다.

오만 방자 무모하기 그지없는 짓이었다.

순천자(順天者)는 복 받고 역천자(逆天者)는 벌을 받는다는 말이 있다.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므로 기후변화 등 천재지변에 순응하며 자기보호를 하라는 뜻이다.

골프는 매너와 룰을 가장 중요시하는 스포츠다. 매너는 겸손 정직 양보(협조)를 뜻하고,룰은 경기 안전 자연보호 룰이 있다.

안전룰은 경기 중 안전사고를 피하기 위한 규정이며 여기에는 폭우 낙뢰와 같은 자연 현상에 대한 안전 수칙도 포함된다.

대기가 불안정한 장마철이 다가왔다.

폭우 천둥 벼락(낙뢰)의 계절이다.

행안부 집게에 의하면 2008~ 2017년 한 해 평균 낙뢰 건수는 14만 5000회, 낙뢰 인명피해 41명 중 6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특히 산악지형인 한국 골프장에서는 사고빈도가 더 높아서 3~4회/년 발생하여 사망자도 1.5명/년으로 집계되고 있다.

우리나라 비속어 중 ‘벼락 맞아 죽을 x’이라는 욕이 있다. 아주 못되 먹은 인간이나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반드시 하늘의 벌(벼락)을 받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골프장에서 낙뢰 사고로 죽는 골퍼들도 이런 류의 사람들일까.

20여년 전 낙뢰사고 신문기사를 본 적이 기억이 난다. 고위공무원 차관 부인이 라운드 중 금목걸이에 벼락이 떨어져 급사한 사고였다. 이 경우 팔자 탓 보다는 본인의 부주의(낙뢰 위험이 있는 날에는 금붙이를 몸에 지니지 말것)가 더 크다.

10여년 전 여주 어느 골프장에서는 라운드 중 천둥과 함께 폭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캐디 포함 다섯 명은 근처 키 큰 소나무 밑으로 임시 피해 있다가 그만 5명 모두 낙뢰를 맞아 중상을 입고 이 중 한 남자는 끝내 숨졌다.그의 직업은 지식인 중에 지식인인 교수라고 했다.그에게 낙뢰에 대한 상식이 없었을까.

위와 같은 사고들을 보면 하늘도 두렵지 않은 죄 없는 착한 사람 훌륭한 지식인들도 벼락 맞아 유명을 달리한다.

골프장에서 번개칠 때의 행동요령은, 전기를 끌어들이는 금속 골프채와 카트를 버리고 건물 속이나 움푹 파인 낮은 장소로 몸을 낮추고 뛰어가서 엎드려야 한다.

평지 골프장에 우뚝 서있는 키 큰 나무에는 낙뢰 가능성이 아주 높다.

비온다고 전투를 안하냐면서 골프장에서 전투정신을 발휘하는 오만의 극치를 자랑하는 골퍼,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나에게 설마 벼락이 오겠느냐며 채를 들고 어슬렁 어슬렁 걸어서 나무 밑이나 그늘집으로 향하는 거만한 골퍼들을 벼락은 무척 좋아한다. 

미국 골프장에서는 낙뢰 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선수와 갤러리들 모두 대피소로 달리기 시작한다. 우리나라의 민방위 훈련 때처럼 뛰어간다. 

우리나라 골프장에서는 이런 긴급 경보 시스템 자체도 없는 곳이 많다. 적기의 공습은 몇 분간의 여유가 있지만 번개의 공격은 그야말로 번개같고 순식간이다.

번개는 비행기 보다 빠르다.

민방위 할 때는 뛰고 번개 경보에는 어슬렁거리며 한가롭게 대피소를 찾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오만, 오기, 무모함이 넘치면 핸디귀신들에 의한 스코어 날벼락을 맞게 되며, 동시에 자연현상을 경외 하지 않는 골퍼들에게는 반드시 벼락귀신도 따라붙어 인생의 마지막 종을 치게 만든다는 사실을 명심해야겠다. 

결국 벼락은 겸손의 매너와 안전의 룰을 무시하는 자들의  몫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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