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과제 때문에 집 주변 PC방에 잠깐 들른 일이 있었다. 자리를 정하고 컴퓨터를 키는데, 주변에서 수많은 비속어와 고함소리가 들려 왔다.
중·고등학생 정도로 돼 보이는 친구들이 게임이 잘 풀리지 않자 내뱉은 소리였다. 필자도 게임을 즐기기에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으나, 게임에 대한 청소년들의 몰입이 얼마나 심각한 지 다시금 알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실제 통계자료도 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게임 과몰입 종합 실태 조사에 따르면, 게임 과몰입군과 과몰입위험군을 합한 수치는 2012년 2%에서 2017년 2.6%로 증가했다. 불과 5년 만에 약 1.3배가 증가한 것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스마트폰 보급의 확대로 언제 어디서나 모바일 게임을 접할 수 있다. 비교적 자제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져들기에 쉬운 환경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주요 정책들이 다소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청소년의 온라인 PC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 가 대표적인 예이다.
단순히 게임 자체를 제한하는 정책은 게임 중독 예방에 있어 실질적으로 큰 효과를 보기 힘들뿐더러, 적용 대상이 국내 온라인 PC게임에 한정돼 있는 등 정책적으로도 그 한계가 명확하다. 국내 게임 산업을 지나치게 위축시킬 것 이라는 우려도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발행한 ‘청소년 온라인게임중독 실태와 대응방안’에 따르면 외벌이 가정보다는 맞벌이 가정 자녀의, 양부모 가정보다는 한부모 가정의 자녀의 게임 중독률이 높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족과 건전한 여가 시간을 보내기 힘든 환경에 있는 청소년들이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보다 게임 중독률이 비교적 높다. 이런 환경적인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셧다운제와 같은 일차원적인 정책으로 게임 중독을 막을 수 없다.
게임 자체를 금지하고, 게임 산업에 마구잡이로 규제를 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일차원적인 규제를 넘어서, 조금 더 근본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그 시발점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서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정책에 대한 고민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의 관심에 맞춘 다양한 방과후 프로그램 개설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축구와 야구, 농구 등 각종 스포츠와 기타,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와 관련된 방과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개설, 운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컴퓨터 화면 내의 가상 운동장이 아닌 실제 운동장으로, 화면 내의 가상 악보가 아닌 실제 악보 앞으로 청소년들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제시한 대안 역시 게임 중독의 예방 효과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현재 실행되는 정책들로는 게임 중독의 예방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보다 근본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대한민국 청소년이 위기에 몰려있음을 다시금 경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