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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설계를 지원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라

영원한 청춘, 액티브 시니어 칼럼 이형종 박사(본지 객원기자, 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시니어 연구소장)
“커리어 설계가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가?” 은퇴설계 세미나에서 퇴직을 앞둔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들어 본적이 있지만 정확히 모르겠어요. 재취업 교육이 아닌가요?” 하고 대답한다. 

중장년층은 커리어 설계를 단순히 재취업 교육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40대 후반과 50대 세대는 지금까지 개인의 커리어는 회사의 인사부가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일하면 어떻게 회사가 잘 해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자신의 장래 커리어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대책을 세우고 실천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왜 많은 사람이 중요한 커리어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평생직장 시대에 회사에 인생을 맡겨둔 채 직장생활을 했기 때문이다. 평생직장 시대에는 기업과 개인이 이른바 주종(主從)의 관계였다. 일단 회사가 채용한 직원은 계속 안고 가는 것이 회사의 역할이었다.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만 하면 안정된 직장이 보장되고 나이가 들면 승진되고 급여는 계속 올라갔다. 이러한 연공형 평생직장에서 직원들은 회사에 얽매일 수밖에 없었다. 회사를 떠나서는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경제가 성장하는 시대에 회사의 실적도 좋았다. 회사에 인생을 맡겨두어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 기업은 직원의 인생을 책임지기 어려운 환경이 되었다.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저성장 시대로 들어갔다. 기업들은 글로벌 환경에서 생존경쟁을 벌이느라 경영여력이 부족하다. 직원을 포용하고 돌봐주는 주종의 관계는 붕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업은 아르바이트, 계약직 등 비정규직을 늘리면서 유동적인 인재활용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높은 실적을 내는 직원을 대우하는 성과주의 인사제도를 받아들였다. 기업이 직원의 인생을 돌보는 것은 옛말이 되었다.  

직원의 의식과 가치관도 바뀌었다. 지금 젊은 세대는 회사 또는 상사의 일방적인 명령과 지시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 회사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움과 자기책임의 생활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가능한 회사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인생을 추구하고 싶어한다. 자신이 원하는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한다. 최대한 자기다움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어한다. 자신이 인생의 주인공으로 커리어를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영환경에서 글로벌 선진기업은 기존의 인사전략을 수정했다. 회사가 주도하는 전통적인 인사관리 방식으로는 경쟁환경에서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치열한 기업경쟁에서 이기려면 자율적이고 경쟁력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 

격동하는 경영환경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자율적인 직원이 유연하고 민첩하게 행동할 수 있다. 이러한 회사풍토를 만들기 위해 직원이 회사에 의존하는 회사주도의 인사관리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율적으로 커리어를 만들어 나가는 자기책임형 인사관리로 바꾸어 가고 있다. 자기책임형 인사관리는 직원을 자율적인 인재로 만들어 나갈 때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회사가 강한가? 경쟁력이 있는 인재가 모여들고, 인재가 떠나지 않는 회사다.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인력의 질이 회사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경쟁력 있는 인재를 데려오고 유지하는 것이 회사의 사활을 좌우한다. 경쟁력 있는 인재는 회사에 대해 일방적인 열등한 위치에 있지 않고, 대등하거나 우위에 있다. 그런 직원들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다. 직원이 자율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회사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도록 요구할 수 있다. 회사는 그러한 인재에게 도전적인 업무를 주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도전적인 업무를 달성하면서 직접적으로 회사에 크게 공헌한다. 결과적으로 경쟁력을 높인 직원은 기업의 실적에 더 많은 공헌을 한다. 

경쟁력 있는 직원은 전직할지도 모른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유능한 직원이 회사에 남으면 더욱 성장한다고 생각하도록 경영하는 것이 해결책이다. 유능한 직원을 유지하려면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회사도 있다. 그것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현재의 연봉이 내일 자신의 능력을 보증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능한 직원일수록 잘 알고 있다. 결국 자기책임으로 커리어를 만들도록 지원하는 것이 유능한 직원을 유지하는 대책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직원들도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이제는 회사에서 독립한 존재로서 파트너 관계로 생각해야 한다. 회사에 의지하거나 포용되는 사고에서 탈피해야 한다. 퇴직 후에 독립한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퇴직 전부터 이미 독립된 존재로서 장래에 할 일을 생각해두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부터 스스로 능력개발과 커리어 설계해 나가야 한다 이전에 회사에 맡겨둔 장래 인생설계를 스스로 주도해 나가야 한다. 

오래 일하면 누구나 어느 정도 승진하고, 직장에서 안정된 급여를 받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아직도 한 회사에 헌신적으로 일하면 회사가 내 인생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환상을 갖는 사람이 많다. 회사에 맡겨둔 커리어를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알면 그런 생각을 당장 버릴 것이다. 현재 대기업에서 과장 이상 직급으로 승진하기는 쉽지 않다. 

오로지 회사에만 의존하다 아무 준비도 없이 방황하는 수많은 퇴직자를 보라. 회사에 맡겨둔 인생이 얼마나 위험한지 바로 알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자신이 커리어를 설계하면서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 

연공서열이 폐지되면 학력과 연령, 성별에 관계없이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어떤 능력과 기술을 배울 것인지 생각하면서 비전을 갖고 자신의 커리어를 설계해 나가는 사람이 생존력이 커질 것이다. 

우리 인생은 커리어 자체이다. 결코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자신이 희망하는 가치 있는 인생을 살고 싶어한다. 자기다움을 살려 사회에 도움이 되고 싶어한다. 그것을 생애에 걸쳐 실현해가는 프로세스가 커리어다. 이를 실현하려면 끊임없이 자신의 커리어를 생각하고 미리 준비한다면 인생의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바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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