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판결이 났는데도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를 상대로 채권자가 소멸시효를 중단시키려고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소송을 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채권자가 소멸시효 완성 전에 소송을 계속 제기함으로써 채권의 소멸시효를 무한정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일 서울보증보험이 연대보증인 유모씨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1997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이미 확정된 판결로 채권·채무관계가 확인된 사건인 만큼 재판에서는 이미 승소한 채권자가 연거푸 소송을 내는 것이 소송절차법상 허용되는지가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확정판결에 의한 채무라도 채무자가 파산이나 회생제도를 통해 벗어날 수 있는 이상 채권자에게는 시효중단을 위한 재소(再訴)를 허용하는 것이 균형에 맞다”고 판단했다.
이어 “다른 시효중단 사유인 압류나 가압류 등은 1회로 제한하지 않는데도 유독 재판상 청구의 경우만 1회로 제한할 합리적인 근거도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보증보험은 1995년 유씨의 친구 이모씨와 자동차할부금 납입채무 보증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이씨가 할부금을 3차례 미납하자 서울보증보험은 자동차 회사에 미납금 760만원을 지급했다.
서울보증보험은 이씨와 연대보증인인 유씨를 상대로 대신 납부한 할부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해 1997년 4월 승소확정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이씨가 233만원만 갚고 나머지는 갚지 않자 2007년 다시 소송을 냈고, 그해 2월 두 번째 승소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후 서울보증보험은 채권소멸시효 기간이 완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2017년 다시 이씨와 유씨를 상대로 3번째 소송을 냈다. 재판으로 확정된 채권은 확정일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소멸된다.
1·2심은 이미 원고 승소로 확정된 판결이 두 차례나 있는 만큼 논란의 여지가 없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다만 소멸시효가 완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같은 내용의 소송을 계속해 제기할 수 있는지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유씨의 단독상고로 지난 1월 사건을 넘겨받은 대법원은 이 같은 논란을 이참에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사건을 회부했고, 전원합의체는 채권자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계속된 소송제기를 허용해야 한다고 결론냈다.
-
글쓴날 : [2018-07-21 16:31:17.0]
Copyrights ⓒ 노년신문 & oldage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