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연명의료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2월부터 시행됐으나 여전히 ‘대리’ 결정이 압도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를 말한다. 본인의 결정도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환자의 의사를 대리하는 가족의 범위마저도 특정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 5개월, 현장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허 교수에 따르면 이달 2일 기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자는 3만4089명,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자는 6042명이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미래를 대비해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미리 밝혀놓는 것으로,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작성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에서 담당 의사와 전문의 1인이 말기 또는 임종과정에 있다고 판단한 환자가 작성한다.
그러나 실제 연명의료 중단 의사가 반영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 교수는 “환자의 자기결정권 존중을 위해 법을 만들었는데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의사가 반영되는 경우는 전체의 10~20%에 불과하다”며 “가족에 의한 환자 의사 추정이나 대리 결정이 80~90%에 이른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환자가 의사 표현을 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연명의료에 대한 환자의 평소 의향을 환자가족 2인 이상이 동일하게 진술해 추정해야 한다. 이때 가족이 없거나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을 경우 연명의료 중단 여부를 아예 결정할 수 없게 돼 한계로 작용한다고 허 교수는 지적했다.
그러면서 “가족이 대리로 결정을 해야 할 경우에도 가족 전원의 합의를 받아야 해 현장에서 적용하기가 어렵다”며 “환자 입장에서 무엇이 최선인지에 대해 의료진과 가족이 상의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여한 병원과 환자 단체 역시 가족 범위가 조정돼야 한다는 데 유사한 의견을 내놨다. 김선태 대한병원협회 부위원장은 “대리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가족의 범위가 특정되지 않아 의료진이 법적·윤리적 비난과 책임을 감내해야 한다”며 “연명의료결정법이 현장에서 원활히 시행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법의 핵심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가족의 동의 범위를 조정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재우 기자
-
글쓴날 : [2018-07-21 16:53:40.0]
Copyrights ⓒ 노년신문 & oldagenews.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