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후미진 골목 지하 PC방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가. 폐에 치명적일 것 같은 매캐한 실내공기에, 금연 표시는 있지만 어디에선가 담배 냄새가 진하게 풍겨온다.
간식 봉지와 컵라면 컵이 쌓여 있는 쓰레기통 옆에 대부분 10대 후반이나 20대 젊은이들이 정신없이 모니터에 매달려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산업현장이나 강의실에 있어야 할 이들이 백주 대낮에 왜 여기 있단 말인가.
콩나물 시루 퇴근 지하철 안, 많은 승객들이 서로에게 몸을 기댄 채 두 팔은 핸드폰을 잡고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 시대의 진풍경이다. 이런 모습은 단순히 무료함을 달래기 위함이기 보다는 게임을 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중독성 때문이 아닐까.
김모(14)군은 지능지수(IQ) 130대로 초등 4년 때부터 중 2인 지금까지 영재교육원을 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중학교에 입학 한 후부터 달라졌다. 1학기부터 거짓말을 하며 학원을 자주 빠졌다. 일주일에 한 두 번은 아예 학교를 가지 않고 10시간 이상씩 PC 방에서 살다시피 했다.게임에 빠진 것이다.
지난 해 8월 어느 날 밤 김군 집에 119 구조대가 출동했다.
엄마가 “게임 좀 그만해라”는 한 마디에 발칵 뒤집어진 것이다.
식칼을 꺼내 들고 나와서는 욕설을 퍼부으며 난동을 부렸다. 어머니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다음 날 김군 부모는 서울 동작구 보라매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센터(보라매 아이윌센터)에 도움을 요청했다.
“보통 한 부모 가족 같은 취약계층 학생들 이 인터넷에 중독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도 않아요” 예방 센터의 김모 상담팀장의 말이다.
김군은 상담도 거부하고 피해 다녔다. 그러나 한 달간 꾸준히 설득을 하자 변화기 시작했다.
“초등학교에서 공부만 하느라 놀지 못한 게 억울 했어요” 라며 김군은 마음을 열어 놓았다.
상담과 예방 프로그렘으로 8개월만에 김군은 정상적인 학교생활로 돌아갈 수 있었다.
2017년 서울 창동 아이윌센터와 광운대가 초ㆍ중고교생 약 12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8%인 98명이 게임중독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놀랍게도 이 중 46명은 중학생들이었다.
일반적으로 게임 중독증세란,업무나 학업관련 등 특정 목적없이 4시간 이상 인터넷을 사용할 경우, 또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점차 자극적인 내용을 추구할 경우, 그리고 인터넷 집착으로 생활리듬이 깨지거나 학업능력 생산능력이 떨어지고 가족과 갈등이 심해질 경우다. 원인과 배경을 보면, 산업화의 성공은 개개인의 소득수준과 삶의 질은 대폭 향상시켰으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산업화의 주축인 반도체 기술을 응용한 전자 오락산업 또한 세계시장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며 경제적 플러스 효과에 대한 기여도도상당하다.
첨단화 된 휴대폰은 남녀노소 시공 제한 없이 오락을 제공하는 마법상자 같은 기능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 하듯이, 과다 사용에 의한 필연적 병폐가 나타나게 된 셈이다.
특히 호기심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에게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강한 중독성이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시작된다.10명 중 0.9명이 중독 상태라는 통계는 충격적이다. 서울시는 6 곳의 중독센터를 운영 중이다.
나는 이 문제의 해법을 최종 소비자(end user)측에서 보다 개발 공급 판매자 쪽에 포커스를 맞춰 생각해 보고자 한다. 기업은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고 홍보하여 대량 판매만 하면 그만이 아니다. 소비자 귀책사유지만 과다사용으로 인한 가정적 사회적 문제까지도 사후관리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 이것이 현대적 기업윤리 의식이다.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사업엔 환경 분담금 제도가 있다. 대형 건물 신축시 교통유발 분담금과 같은 모델을 참고할 필요도 있다.
특히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게임산업에는 청소년 유해유발 분담금 같은 제도를 도입하면 어떨까.
본질이 변해 버린 PC방의 영업시간 단축은 불가능한가.
게임 프로그렘 자체 내에 장시간 사용 자동차단 기능을 추가할 수는 없는지 게임 개발단계에서 부터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다. 청소년은 우리 미래를 이어 줄 공동자산이다.
게임중독은 우리 모두의 문제로 여기고 함께 풀이야 할 공동과제다.
기업의 존재이유는 이윤창출에 더하여 사회와 소비자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야말로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공존하기 위해 추구해야 할 최상의 사회적 가치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