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 야외 기온이 35.6도까지 치솟았던 지난 18일 오후 1시. 성인 1명이 두 다리를 펴고 간신히 누울 수 있는 크기의 부산 동구 수정2동 김모(67)씨의 쪽방에는 선풍기만 힘없이 돌고 있었다.
김씨의 쪽방 한쪽에 있는 아날로그 TV에서 “낮 기온이 35도가 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으니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건강관리에 유의하길 바란다”는 기상 캐스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시간 4.95㎡ 남짓한 이 방안의 온도계는 34.3도를 가리켰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외부의 기온과 1.3도 차이였다. 이 공간에서 온종일 생활하는 김씨는 “야외활동을 자제하라는데 집안 온도나 바깥 온도가 별 차이가 안 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달동네에 있는 이 쪽방은 앉는 순간 벌써 땀이 주르르 흐른다. 찜통이다.
바람이 잘 통하지 않고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는 더 높았다. 소형 선풍기는 후텁지근한 바람만 연신 내뿜었다.
숨도 쉬기 힘든 한증막 더위에 커튼조차 없어 뜨거운 햇볕이 그대로 방안을 비췄다.
김씨는 상의를 탈의하고 연신 부채질을 했다. 김씨의 집에는 냉장고가 없어 평소 시원한 물을 마실 수가 없다.
그는 “하루 중 열대야 때문에 밤이 가장 힘들다”며 “후텁지근한 열기 때문에 잠을 잘 못 자는데 자다가도 냉수로 샤워하고 다시 잠을 청한다”고 말했다.
바로 옆 양현삼(58)씨의 집은 체감 온도가 더 높았다.
주방이 없어 방안에서 가스버너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기 때문이다.
양씨는 “더울 때는 밥을 챙겨 먹는 게 제일 힘들다”며 “약을 먹어야 해서 찬물에 밥을 말아 겨우 한 끼를 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굽이굽이 산복도로를 따라 지어진 지 60년 가까이 된 동구 초량6동의 한 아파트를 찾았다. 대부분 80대 홀몸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곳이다.
어르신 3명이 골목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연신 부채질이다.
이곳에서 만난 박모(83·여)씨는 “더워서 도저히 방 안에 있을 수가 없어 나왔다”며 “이렇게 그늘을 찾아 온종일 시간을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거지와 50m 떨어진 주민들이 사용하는 공용화장실을 다녀오는 것만으로도 땀으로 흠뻑 젖었다.
같은 동네에 사는 B씨는 “정치인들이 선거철 달동네를 찾아 사진만 찍고 가는 것으로는 취약계층의 고충을 모른다”며 “현장에서 서민들의 삶을 느껴봐야 한다”고 말했다.
초량3동 판자촌 형태의 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도 상황은 같았다.
이곳에 12년째 사는 양호철(73)씨는 커튼이 없는 창문으로 들어오는 뜨거운 태양 빛을 겨울 외투를 이용해 겨우 가리고 있었다.
양씨는 “한 달 65만원 남짓한 생활비를 월세와 식비, 병원비로 쓰면 남는 돈이 없다”며 “물을 자주 마셔야 더위를 이길 수 있어 생수는 꼭 많이 사둔다”고 말했다.
그는 부족한 생활비에도 작년 말부터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온종일 방을 지키는 것 외에 딱히 할 일이 없는 적적한 삶을 달래기 위해서다.
이재안 동구 쪽방 상담소 팀장은 “올해 유난히 일찍 시작된 더위 때문에 걱정이 많다”며 “어쩌면 이들에게 무더위보다 힘든 것은 무관심일지도 모르는 만큼 이웃들의 관심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둘연 기자/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