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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가

夏·林·散·策 - 박하림(수필가/전 (주) 휴비츠 고문)
‘한국인들의 특징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는 민족이라는 점이다’라고 한 사람은 앨빈 토플러였다. 사실 그러한가?

솔직히 우리나라는 개혁에 매우 민감하고 소극적인 편이다. 일제 36년간의 압제에 개혁의 열정이 다 식어버려 창조적 도전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 총수의 실망스러운 작태는 만고불변에다 소수 강성노조의 불법 폭력적인 파업행태는 여전하다. 아마도 우리나라 어떤 기업가가 미국의 GE사처럼 수십만 명의 물갈이 해고와 부실기업의 과감한 처분이라는 구조조정을 단행, 일대 개혁을 한다면 온 나라가 시끄럽게 찬반여론이 들끓을 것이다. 

사람만 골라 죽인다는 중성자폭탄 즉 인간도살자라는 악명을 들으면서 일대 대규모 경영구조혁신을 단행, 무려 30만 종업원을 해고함으로써 침체일로의 GE 그룹은 세계 10대 좋은 기업그룹으로 발전할 수 있든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

 뼈아픈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구조조정이나 경영혁신이란 불가능하다. 노조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끼치는 미국노조가 저런 사상초유의 해고사태를 어찌 다루었던가를 보면 미국이 왜 최고 선진된 최대강국인지 알 수 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부실위기에 빠져 회생하느라 혼이 난 경영진과 노조는 크게 자성하고 심기일전, 뼈를 깎는 경영정상화에 성공했는데 그 시련을 잊지 않고 회사가 사상초유의 이익을 낸 해에 노사가 흔쾌히 합의해 임금인상을 동결하고 이익을 장래를 위한 자본축적과 재투자에 쓰도록 했다. 그런 정신은 내부결속을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서 도요타는 계속 승승장구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강한 기업이 되었다.

한데, 우리의 경영현실은 어떠한가. 대승적 안목과 포부를 지닌 지도자들이 너무나 적다. 우린 변화에 관심이 없고 대승적인 변화에 필요한 공동선 철학이나 의식, 용기가 없다. 우려되는 백년하청행태인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가 벤처의 메카가 된 것은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 때문이다. 어제까지 벤처창업에 도전한 창업가가 실패해 오늘 식당의 서버로 전락하는 도전자의 슬픈 변신을 굴욕으로 절망하지 않는 정신 때문이다.

어떤 수필가는 이렇게 말했다. 

‘법인체는 개인들보다 훨씬 더 추악하고 방종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더 큰 힘을 갖고 있지만 불명예와 처벌을 받을 필요는 훨씬 적기 때문이다. 법인은 수치를 느끼지 않으며 후회하지도 않고 자비를 베풀 줄도 모르며 선행도 하지 않는다’ 그런 혹평이 지나치게 치우친 감이 없지 않으나 기업인들이 음미해야 할 가치가 있다.

저런 불명예스러운 지탄을 받지 않으려면 기업은 공동선이 빛내는 가치 지향적으로 부단히 혁신해야 한다. 스스로 혁신하지 않는 기업은 절대로 좋은 기업이 될 수 없으며 장수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은 대개가 단명하다. 부정한 이불 속에서 정경유착이나 하고 피나는 혁신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러고서는 정권만 바뀌어도 중심을 잃고 세계 기업환경에 변화만 일어나도 기업 기반이 흔들린다. 

기업이건 개인이건 가치지향적인 호기심과 도전정신, 열정으로 나의 혁신으로부터 우리의 혁신을 부단히 추구해야 이 치열한 경쟁시대에 살아남고 승리하며 발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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