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씨는 2016년 ○○은행에서 퇴직하였다. 현재 자신의 퇴직준비 경험을 살려 후배들에게 커리어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다. 김씨는 임금피크제에 들어갈 때부터 퇴직준비를 시작했다. 이 기간에 노사발전재단에서 전직지원교육을 받으며, 컨설팅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쌓고, 다양한 자격증도 취득했다. 김씨는 퇴직준비의 핵심은 ‘본인이 잘 하는 일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50대 회사원이라면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퇴직을 맞이하는 것이 인생의 중대한 리스크다. 기본 생활비도 안 되는 국민연금에 의지할 수 없고, 퇴직금도 얼마를 받을지 알 수 없다. 연령으로 볼 때 재취업이 된다는 보장도 없다. 50대 중반부터 임금피크제로 들어가면 소득도 줄어든다. 오랫동안 일해온 직무를 떠나 현장 관리직이나 보조업무를 맡는다면 직무 전문성도 떨어질 우려가 있다.
50대는 이러한 환경을 분명히 인식하고 본격적으로 퇴직준비를 해야 한다. 심각한 고령화가 진행되는 경제환경에서 퇴직 후 길어진 인생을 일찍부터 대비할 수밖에 없다. 60세 후의 직업인생에 대비하여 새로운 커리어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일찍부터 퇴직준비를 한다면 위험을 피하고 충실한 세컨드 커리어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퇴직일자를 명확하게 파악하라
그러나 50대 중장년층은 퇴직준비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실천하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 재직 중에 업무관행으로 인해 퇴직 후 생활을 그려볼 여유가 없다. 그리고 퇴직은 아직 먼 미래의 일로 여기고 있다.
퇴직을 6개월 앞둔 한 공무원은 이렇게 말한다. “어느새 정년이 되었어요. 아무 일도 생각해보지 않았고, 준비도 전혀 못했어요. 지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한 50대 초반 회사원은 이렇게 말한다. “회사에서 명예퇴직으로 언제 떠날지도 모르는데, 준비할 필요가 있겠어요.”
이렇게 구체적인 목표가 없으면 준비할 것도 없다. 일년 일년 회사에서 버티겠다는 소극적 자세로 바뀐다. 조직에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되면 회사의 눈치를 보면서 귀중한 시간을 낭비한다. 어떤 방향과 목적지도 없이 표류하는 배와 같이 50대 인생을 살아간다.
그럼, 퇴직준비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먼저 자신의 퇴직일자를 명확하게 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자신의 정년 퇴직일자를 모르는 사람은 골인지점도 모른 채 무작정 달리는 마라톤 선수와 같다.
정년퇴직 일자가 2023년일거라고 애매하게 알고 있어서는 안 된다. 정확하게 퇴직일자까지 알아야 한다.
취업규정을 보거나 인사부서에 문의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앞으로 5년이나 남았는데, 퇴직일자를 파악하는 것이 의미가 있을까요? 하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퇴직일자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퇴직일자가 눈에 보이면 생각이 바뀐다. 일단 긴장한다. 앞으로 퇴직까지 남은 5년 6개월이라는 기간을 명확하게 인식한다. 이것이 퇴직준비의 출발점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실천한다
구체적인 퇴직일자를 정확하게 파악하면 긴장감이 들고, 목표의식이 생긴다. 퇴직에 따라 발생하는 재무대책이나 재취업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퇴직 전에 가계재무상태를 파악하고 소득이 단절될 때를 대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퇴직예정일 전에 대출금의 상환 완료일이라면 안심할 수 있지만, 상환일자가 더 남았다면 불안요소가 된다. 조기 상환하거나 목돈이 있다면 어떤 시점에서 상환을 종료할지 금융기관에 상담하는 것도 좋다.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퇴직일자에 자녀들이 몇 세인지 계산해보아야 한다.
아직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자녀가 있다면 학비가 얼마나 필요한지 계산해보아야 한다. 결혼적령기의 자녀가 있다면 결혼자금을 어떻게 지원할지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렇게 구체적인 가족 이벤트를 떠올릴 수 있기 때문에 실행 전략을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 일본 기업들은 50대의 생애설계 세미나에서 정년전후 생애설계연표를 작성하면서 50대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퇴직준비 대책을 수립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목표가 명확하다면 실천 가능성이 커진다. 목표자체가 동기를 부여한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적지를 알기 때문에 표류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
무슨 일이나 목표를 정하지 않으면, 일의 밀도는 높아지지 않는다. 도달할 목적지가 있기 때문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도중에 코스도 바꿀 수 있다.
정년 전에 전직이나 창업을 생각한다면 그 목표시점과 남은 일정에 따라 유연하게 준비해나갈 수 있다.
퇴직일자를 시각화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퇴직일자까지 5년 남은 사람은 달력에 5년 후 2023년 ○월 ○일의 퇴직일자에 표시해두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퇴직일까지 남은 시간을 실감할 수 있다.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 시각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퇴직준비에 대한 의식과 강력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
도달목표가 보이지 않는 마라톤 코스를 달리고 있다면 현재 시점에 어느 정도의 속도로 달리면 좋을지 알 수가 없다. 전체의 속도를 배분할 수 없다면 때로는 무리하여 언덕길을 단숨에 오를 기력도 나오지 않는다. 목표가 명확해야 앞으로 할 일을 분명하게 알 수 있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