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실패만 거듭해온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개발에 새 희망이 나타났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의 바이오젠 제약회사가 공동 개발한 주사형 치매 신약(BAN2401)이 중간 단계인 2상 임상시험에서 인지기능 저하 진행 속도를 상당히 늦추고 치매 원인으로 지목되는 뇌 신경세포의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노인반)를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넷판과 AP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 사는 시카고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학회 국제학술회의(AAIC 2018)에서 자세한 임상시험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임상시험은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을 통해 신경세포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의 형성이 확인된 경증 초기 치매 환자 856명을 대상으로 18개월에 걸쳐 미국, 유럽, 일본에서 진행됐다.
이들은 6개 그룹으로 나누어져 신약 ▲2.5mg/kg(격주) ▲5mg/kg(월 1회) ▲5mg/kg(격주) ▲10mg/kg(월 1회) ▲10mg/kg(격주) 또는 위약(placebo)이 주사됐다.
그 결과 최고 용량(10mg/kg)이 가장 자주(격주) 투여된 그룹(161명)이 위약이 투여된 그룹(245명)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종합점수(ADCOMS: Alzheimer's Disease Composite Score)로 평가한 증상의 진행 속도가 대조군에 비해 30% 느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그룹은 또 81%가 PET 영상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아밀로이드 수치는 아밀로이드 양성(positive)에서 아밀로이드 음성(negative)로 바뀌었다. 이는 아밀로이드가 치매로 판정되는 문턱 수치인 한계치(threshold) 이하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알츠하이머병 종합점수와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수치의 변화는 투여된 신약의 용량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최고 용량 투여 그룹은 신약이 투여된 지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알츠하이머병 종합점수에서 임상적 개선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인지기능 평가에 사용된 ADCOMS가 기존의 3가지 인지기능 검사법에서 초기 치매 환자의 인지기능 변화를 측정하는 데 민감도가 높은 부분들을 골라 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에자이 사의 린 크래머 연구실장은 베타 아밀로이드 감소 효과는 ‘드라마틱’하다고 평가했다.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30% 느려진 것은 아밀로이드 감소만큼 대단한 효과는 못되더라도 인지기능이 아직까지 어느 정도 정상이거나 약간 손상된 환자에게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마운트 시나이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의 새뮤얼 갠디 부실장은 이 신약이 진정 효과가 있다면 환자가 보호자의 도움 없이 혼자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음을 보여주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결과 평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나 결과 자체는 통계학상 의미가 크다고 그는 평가했다.
이 결과는 치매 치료가 성공하려면 초기 단계에 시작해야 그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또 하나의 증거로 불 수 있다. 뇌세포가 손상되기 시작하는 것은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수년 또는 몇십 년 전부터 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치매가 이미 상당히 진행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던 다른 신약들은 모두 실패했다.
주사제인 이 신약은 인간화 단 클론 항체(humanized monoclonal antibodies)로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선별적으로 결합해 이 독성 단백질을 제거한다.
뇌세포 표면에 있는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가 뭉쳐서 플라크를 형성하면 신경세포들 사이의 신호가 전달되는 통로를 차단, 뇌세포가 죽으면서 치매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신약의 부작용은 뇌부종 또는 뇌출혈로 투약 환자의 10% 미만에서 나타났다. 에자이와 바이오젠 사는 이 신약이 비교적 안전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