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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인권을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아

트럼프 "비핵화보다 짧게 논의"…"北정권 잔혹상 소홀, 김정은에 정당성" 지적 웜비어 부친 "아들 죽음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길" 성명
  •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가 주요 의제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미국 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비핵화보다는 간단히 다뤘다는 요지로 말했고,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됐다 석방돼 귀국 엿새 만에 사망한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죽음을 직접 거론했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한때 '독재정권'의 인권 탄압상을 부각하며 북한을 몰아붙였던 트럼프 대통령이김 위원장과 대면한 자리에서는 인권을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아, 결국 '김정은 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비판론자들의 지적이다.'
    트럼프 등에 손 올린 김정은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합의문에 서명을 마친 뒤 나란히 서명식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이때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등에 잠시 손을 올리자 트럼프 대통령도 곧이어 같은 동작으로 친근감을 표시했다.


        크리스 머피(공화·코네티컷) 미 상원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의 강제수용소, 공개처형, 계획된 굶주림이 세계 무대에서 정당화됐다"며 "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성명을 내고 '북한 지도자들이 자국민을 대상으로 자행하는 끔찍한 인권 탄압'을 거론하며 "독재자와 이야기하는 것과 그들을 포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 하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뉴욕) 의원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우리는 계속 김정은에 냉정해야 한다"며 "그는 자기 가족을 죽이고 대량학살과 굶주림을 지켜보고, 세계 무대에서 그의 라이벌을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우회적으로 비판에 가세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설립한 조지 W.부시 센터는 지난달 홈페이지에서 강제수용소 수용자 출신의 탈북자 강철환 씨의 사연을 다룬 게시물을 이날 공식 트위터 계정에서 공유했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북미정상회담 다음날 부시 센터가 북한 인권 탄압에 대한 과거의 글들을 공유하고, 향후 북한과의 대화에서 인권 문제가 다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 인권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그에 관한 논의가 있었고 앞으로 심도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위원장이 인권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으로 기대하느냐"는 물음에는 "비핵화보다는 짧게 논의했다"며 "비핵화가 (논의의) 시작과 끝이었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사람들을 굶주리게 하고 웜비어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김 위원장을 이렇게 편안하게 '재능있는'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느냐"는 비판성 질문이 나오자 오히려 "그는 매우 재능있는 사람이다. 26살에 나라를 넘겨받아 통치했다"며 "그 나이에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웜비어에 대해 그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고 평생 기억할 것이다. 그의 부모는 나의 좋은 친구"라며 "웜비어의 죽음이 없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은 헛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과거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인권 탄압 실태를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북한을 압박해왔다.

        지난해 11월 방한 때에는 국회 연설에서 북한을 '감옥 국가'로, 김 위원장을 '잔혹한 독재자'로 칭했다. 올해 1월 국정연설에서는 탈북자 지성호씨를 특별 손님으로 초청해 그를 '섬뜩한 북한 정권 목격자'로 소개하기도 했다.'
    '北 억류후 사망' 웜비어 부모, 유엔서 북 인권유린 고발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혼수상태로 송환된 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왼쪽)가 5월 3일(현지시간)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상황 관련 심포지엄에서 북한 정권의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 웜비어 부부는 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다면서 "북한의 인권상황을 계속 거론하겠다"고 다짐했다.


        폴리티코는 북한의 인권 실태에 대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반전'이 북미정상회담의 전후 48시간 동안 '가장 혼란스러운 전개'였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외교 경험이 부족한 김 위원장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강조하지 않은 것을 '미국의 무관심의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인권기구인 국제앰네스티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북한 수용소에 대한 유엔의 접근권을 받아들이도록 하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을 추진하라고 요구할 수 있었다"며 "이는 인권 문제에 있어 틈새를 벌리는 길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웜비어의 부친은 이날 개인 변호사를 통해 성명을 냈다.

        프레드 웜비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우리 가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감사드린다"며 "우리는 웜비어가 자랑스럽고 그가 그립다. 이것으로부터 긍정적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후 싱가포르에서 폭스뉴스 유명 앵커 션 해니티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웜비어를 '훌륭한 젊은이'로 칭하면서 "오토가 없었다면 이런 모든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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