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롬복 한국교민들, 강진피해에 망연자실

교민 50~60명, 대부분 관광관련 사업에 종사… 큰 타격 받아
인도네시아 롬복 섬을 덮친 규모 7.0의 강진 때문에 닷새째 집 앞 정자에서 생활 중인 한국 교민들.
 인도네시아 발리 섬과 이웃한 휴양지 롬복에서 규모 7.0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현지 한국 교민들도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진앙인 섬 북부와 상대적으로 가까운 지역에 거주하는 일부 교민은 집이 크게 파손되는 바람에 당장 머물 장소조차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롬복 서북부 승기기 해변에서 한국식당과 기념품점, 여행사 등을 운영하는 박태순(54)씨 가족은 이미 닷새째 벽이 없는 정자에 돗자리를 깔고 생활하고 있다.

박씨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담장이 다 무너지고 건물 벽이 기울었다. 사실상 노숙을 하면서 여진이 올 때마다 공터로 뛰쳐나가길 반복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곳에 산 지 20년이 됐지만 이렇게 큰 지진은 처음”이라면서 “식당도 문을 닫아야 하고, 8∼9월 여행 예약도 모두 취소돼 올해는 영업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씨 가족과 함께 정자에서 생활 중인 한국기업 현지 주재원 이용구(47)씨는 “14살인 아들이 매우 놀랐다. 사태가 쉽게 안정되지 않을 것 같아 내주쯤 가족을 먼저 귀국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외국인 관광객과 현지인 수천명이 고립됐던 롬복 앞바다 길리 트라왕안 섬의 교민들도 상당한 피해를 봤다.

이 섬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임동호(56)씨는 “우리 호텔은 신축 건물이어서 큰 피해가 없었지만, 8월 예약이 전부 취소되고 9월 예약도 절반 가까이 취소됐다”고 말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손상을 복구하고 영업을 재개할 여건이 안 된다는 점”이라면서 “현지인 직원 입장에선 롬복 본섬에 있는 본인과 가족의 집을 먼저 고쳐야만 하기에 정상화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진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보지 않은 교민들도 형편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현지 소식통은 “롬복의 한국 교민은 50∼60명 정도로 대부분 관광 관련 사업을 하지만 규모가 영세하다.

성수기에 벌어진 이번 지진으로 큰 타격이 예상돼 다들 망연자실한 분위기”라며 “한국에서 재정지원 등을 받을 방법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롬복 섬에서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5일 오후 7시 46분께 규모 7.0의 강진이 일어나 최소 381명이 숨지고 1000여 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후 이 지역에선 300여 차례에 달하는 여진이 계속됐다. 9일 오후에는 규모 6.2의 강한 여진이 발생해 이미 금이 간 건물이 무너지는 등 추가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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