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진에 대해 경찰이 체포영장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파수사’ 논란이 일자 경찰청이 해명 자료를 내고 “일베저장소 등 남성 커뮤니티도 엄정히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9일 오후 ‘워마드 수사 관련 참고 자료’를 통해 “‘일베’에 대해서도 올해만 보더라도 69건의 사건을 접수해 53건을 검거했다”면서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도 거쳤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청은 “올해 워마드에 대해 접수된 사건은 32건이고 게시자 검거 사례는 없다”며, 사건 및 검거 수치로 봤을 때 워마드보다 일베에 대한 수사가 오히려 더 많았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경찰청은 “워마드를 수사하게 된 것은 지난해 2월 남자목욕탕 아동 나체사진 유포사건이 계기였으며,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지난해 12월 운영진의 해외 출국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통상적인 수사 절차에 따라 입국에 대비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든 불법촬영물을 게시·유포·방조하는 사범에 대해서는 관련 절차에 따라 위법성 여부를 판단, 차별 없이 수사하고 있다”면서 “특히 여성의 삶을 파괴하는 사이버성폭력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최종상 경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은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운영자 체포영장을 신청한 이유에 대해 “(워마드에) 아동 음란물이 올라와 게시자를 수사하려는데 (운영자에게) 이메일로 연락하자 반응이 없었고 삭제 조치도 안 돼 방조죄가 성립한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베의 경우 특별히 협조적이라기보다는 서버가 한국에 있고 하니까, 운영진 측에 압수수색 영장을 보내면 (수사 대상의) 인적사항이 회신 온다. (일베 운영자는) 음란물 유포 방조죄 구성 요건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면서 “일베 운영자는 수사 대상이 된 적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워마드와 일베만 놓고 제한된 기간의 검거 수치를 비교 공개한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논란을 완전히 해소하지 못해 성별 갈등을 더 부추길 우려가 있는 데다 공개한 수치에 ‘홍대 몰카 사건’ 피의자 등 이미 알려진 워마드 회원의 검거는 포함되지 않아 수치 자체도 정확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홍대 몰카 사건 피의자는 ‘여성청소년과’ 소관의 사건이라 ‘사이버 수사’ 통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서 “오늘 발표한 수치는 사이버수사과에서 수사한 사건만 뽑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혜화역과 광화문에서 대규모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를 주최한 여성단체 ‘불편한 용기’ 측은 이날 성명을 내고 “웹하드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는 여성 대상 불법촬영물에 대해 지금까지 유포 방조죄를 묻지 않았던 경찰이 오로지 워마드만 주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베 뿐 아니라 이종격투기, 도탁스, 아이러브싸커, 뽐뿌, 엠팍, 루리웹, 디시인사이드, 디젤매니아, 보배드림, 오늘의 유머, 클리앙, FM코리아 등 남초 커뮤니티, 와이고수 등 성매매 후기 사이트에도 수사에 착수하고 운영자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라”고 촉구했다.
강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