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광복절을 맞는 유감(遺憾)

하림산책 - 박하림(수필가/전 (주) 휴비츠 고문)
조선이 강제로 일제한테 병탄倂呑당해 나라를 잃은 해가 1910년 8월이었으니 한 세기 전이었다.

그 일 백년을 우리는 36년간 나라 없는 식민으로 종살이를 했고 1945년 8월에 천우신조로 독립하고 48년 8월에 대한민국 정부수립으로 독립국가가 되었다.

독립된 국가로 지난 70년간 온 국민이 대동단결, 민주국가로서의 기반을 닦고 경제부흥에 절치부심 진력하여 놀라운 성장발전을 성취했다. 

 그러나 두 가지 비극적 문제는 한 세기나 지났음에도 미결된 채 지금까지 풀리지 않은 민족적 과제로 남아있다. 

 그 하나는 70년이나 묵은 남북한으로의 분단이다. 그러한 한 민족의 비극적 분단의 예는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다른 하나는 6.25한국전쟁이 종식된 지가 65년이나 지났음에도 여전히 무력으로 대치하고 있다는 기막힌 상황이다. 해서 걸핏하면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하고 그에 대항하여 남한은 공격하는 날이 곧 북한정권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응수하고 있다. 

한 민족국가가 둘로 쪼개진 것도 모자라 저토록 오래 동안 마치 철천지원수처럼 대치한 전례가 없다. 
 그렇게 분단돼 대치해서 70년을 산 오늘의 결과는 어떠한지는 생각하기조차 한심하며 너무 속상하다.

왜냐하면 한 쪽은 풍요를 구가하며 잘 먹고 사는데 다른 쪽은 굶주리며 살고 있기 때문이며, 한 쪽은 피땀 흘려 이룩한 경제발전의 단 열매를 즐길 여지도 없이 핵무기 위협에 주눅 들어 불안 속에 살고 있는데 다른 쪽은 바로 그 핵무기 가지고 숨통을 조이고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렇게 어리석은 카인과 아벨 형 형제가 한반도 말고 또 없다.

한데 광복절을 맞을 때 우리가 반드시 기억하고 감사해야 마땅한 일이 있다. 그건 누가 우리를 광복시켰던가하는 역사적 사실을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그건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했기 때문이고 미국이 일본처럼 조선 땅을 탐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우리보다 훨씬 뼈아프고 큰 희생의 대가를 치르고 독립을 쟁취했다. 일본처럼 가렴주구가 우심했던 영국과 장장 8년간이나 싸워 독립했다.

우리는 힘없고 어리석은 조정이 뻔히 눈 뜬 채로 나라를 빼앗겼고 남이 주권을 찾아주어 독립할 수 있었으나, 미국은 스스로 싸워 독립한 것이다.

때문에 국가 가사를 보면 우리 애국가는 하느님이 보우하사 무궁화 삼천리 우리나라 만세지만, 미국 국가는 적의 포격에 찢겨도 쓰러지지 않고 펄럭이는 성조기를 바라보며 승리의 전의를 불태우는 용사들을 찬양하고 있다. 

그러므로 만일 미국이 패전했더라면 우리는 계속 종살이를 했을 것이며 독립의 꿈은 여지없이 무산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미국한테 매우 크고도 의의 깊은 은혜를 입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광복배경을 잘 모르면서 미국더러 ‘미제국주의자’라고 비난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우리는 미국의 식민으로 산 적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70대 초반의 연령층이 이른바 ‘해방둥이’이므로 그 연령층까지는 망국민의 쓰라린 통분함이나 일본의 가혹한 압제를 실감하기 어렵고 나아가 나라 없는 서러움을 잘 모를 것이다. 

그러므로 국가의 보위와 선배들이 피땀 흘려 이룩한 경제발전을 지켜야하는 것은 너무나도 엄숙하고 중대한 시대적 사명이다. 

지금 우리가 당면한 국가차원의 과제만도 감당하기 버거운데 이 나라 땅의 소출을 먹고 이 나라 국민으로 살면서 아직도 좌파 종북주의 자라는 낡아 버려진 이념의 옷을 입고 색깔론의 분란이나 일으키고 있는 것은 수치스러운 배신이며 국민 된 도리가 아니다. 

장차 지금만큼으로라도 살려면 좌니 우니 보수니 진보니 도론을 일삼지 말고 광복의 초심으로 돌아가 단결하여 경제발전에 진력해야할 것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