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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리용호 이란행, “외교 확장 vs 대미 마이웨이”

美 - 이란 핵협상 ‘사례연구’ 또는 대미 ‘기싸움’ 차원일 수도 미국내 ‘北- 이란 핵·미사일 커넥션’ 우려 키울 가능성도 거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오른쪽)이 8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왼쪽)을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7∼8일 이란을 방문한 것을 두고 외교가에서 다양한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북미정상회담 이후 진행되는 ‘김정은식 세계화’의 하나로 이뤄지는 ‘우방 다지기’라는 분석과 미국을 상대로 한 ‘마이웨이’ 선언이라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된다.

북한과 이란은 미국과 오랜 기간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온 공통점이 있는 데다, 미국의 이란 핵 합의 탈퇴 결정에 따라 대(對) 이란 제재가 복원되는 바로 그 시점에 리 외무상의 이란 방문이 이뤄짐으로써 북한의 속내를 둘러싼 궁금증은 커지고 있다.

우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중요한 정치일정인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9월 9일)을 성대하게 치르기 위해 오랜 우방국인 이란의 수뇌부 인사를 초청하는 목적 등 이란과의 양자 관계 강화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대북 소식통은 9일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기 위해 외무상이 이란까지 갔다기보다는 이란과의 양자관계 발전을 위해 간 것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외교적 고립 시기를 뒤로 한 채 외교적으로 보폭을 넓히려면 가장 친했던 나라부터 찾는 것이 순리”라고 부연했다.

실제 북한이 작년 핵·미사일 실험을 숨 가쁘게 실시하는 동안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강화하고, 미국 주도로 북한과의 외교관계 작업이 추진되면서 국제사회에서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심화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고립 탈피를 위한 치열한 외교전을 펴왔으며, 리 외무상의 이란 방문은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도 리 외무상의 이란 방문 행보는 현재 진행 중인 북미 협상에 적지 않은 함의를 주고 있어 보인다.
북한으로선 미국 주도의 국제 제재를 감내하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과의 협상을 통해 새로운 길을 찾은 뒤 다시 미국의 합의 이탈로 위기에 봉착한 이란의 경험을 공유하고, 그것을 향후 대미 협상에 반영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리용호 외무상이 현 국면에서 이란에 간 것은 이란 핵합의(2015년 채택)까지의 과정과 미국의 합의 탈퇴 과정, 이란의 대응 등에 대해 살펴보기 위함일 수 있다”며 “일종의 케이스 스터디(사례 연구)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 교수는 “이란과의 공동보조를 통해 대미 협상에서 ‘버티기’를 위해 리용호 외무상을 이란에 보낸 것이라기보다는 북미간 합의가 있더라도 언제든 합의가 깨질 수 있는 만큼 이란의 대미 협상과 대응 과정을 연구하기 위함일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과의 협상에서 절대 밀리지 않겠다는, 북한 나름의 ‘기싸움’ 측면이 있을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이란 국영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리 외무상의 발언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 측면이 있어 보인다.

리 외무상은 8일(현지시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이 이란 핵 합의를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다시 부과한 것은 그릇된 움직임이라고 비판하고, “북한과 이란의 관계가 더 깊어져야 하며 (미국의) 일방주의에 맞서는 게 북한의 전략적 정책”이라고 밝힌 것으로 이란 국영방송에 보도됐다.

일각에서는 대북 협상에 대해 비판적인 미국 내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동대 박원곤 교수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재개되는 시기에 이뤄진 리 외무상의 이란 방문은 대미 압박의 의미와 동시에 이란과 협력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측면이 있다”며 “북한이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도울 수 있다는 메시지로 해석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행동 공간이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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