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 갈 때 반드시 버리고 가야 할 것들이 있다.
1) 가족에 대한 - 근심
2) 회사일에 대한 - 고심
3)오만과 과시의 - 영웅심
4) ‘라베’(생애 최고기록)에 대한 - 조바심.
골프는 멘탈(mental)게임이자 집중력의 싸움이다. 스코어는 그 날의 멘탈상태에 좌우 된다.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 골프에선 ‘정신일도 줄파불사’로 바뀐다. 정신만 집중 하면 줄파(연속PAR)인들 못 잡을리 없다는 뜻이다.
골프장행 차를 타는 순간부터 위와 같은 모든 것들은 잊고 마음을 다잡아야 공을 잘 칠 수가 있다.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겨라. 스코어는 내 실력탓이 아닌 볼의 운수소관에 맡겨 보라고 한다.
골퍼들에게는 각자의 핸디가 있다.그 사람의 통계적 평균점수이므로 큰 이변이 없는 한 평균타수 범위 내에서만 넘나들게 되어있다.
운좋게 몇 홀 잘 맞는다고 ‘오늘은 좀 되네’ 하며 혹시나 대기록을 세울 것 같은 기대를 걸어 보지만 분명 18홀 어디에선가 실수를 범하며 점수를 까먹는다. 마지막 장갑을 벗어 보면 역시나 그 수준에 머무는 것이 골프다.
핑계가 가장 많은 스포츠가 골프다. 이런 실수들을 자기탓이 아닌 눈에 안 보이는 운이나 귀신 또는 '핸디 저승사자' 탓으로 돌리고 싶은게 골퍼들의 속성이다. OB귀신 탓, 벙커귀신 탓, 물에 빠지면 해저드 귀신이 끌고 들어가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댄다.
곱배기 점수를 까먹는 '양파'의 양파귀신을 필두로 수 많은 귀신들이 우글거리는 곳이 골프장 이라고 한다.
골퍼가 자기 핸디를 의식하기 시작하고 ‘내 실력이면 이 정도는 쳐야 체면 유지가 되는데’ 라고 욕심을 부리는 순간 벌써 핸디 귀신은 옆에 와서 실수를 연발시킨다.
골프가 잘 맞는 날도 있다.
어프로치와 롱펏이 막 들어가서 판돈을 쓸어 담다 보면 어깨가 우쭐해진다.그런데 동반자들의 본심은 하나같이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이다. 겉으로는 축하 한다지만 속은 검다.
입이 근질거려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한 마디씩 내뱉는다.
“어쭈, 오늘 좀 되나 보네. 기록 한 번 세워 봐”라며 비행기를 태우는 순간 뭔가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이 생기게 마련이다.
샷에 힘이 들어 가면서 미스가 나오기 시작한다. 즉 헨디 귀신들이 달려들어 몇 홀에 걸쳐 더블 트리플 양파를 안겨주며 순식간에 무너뜨려 버린다.
욕심과 허세를 좋아하는 핸디 귀신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골프장은 귀신들의 놀이터로 봐야 한다. 이 놀이터에 인간들이 들어가서 으시대며 놀고 있으니 텃세를 부릴 수 밖에.
마음 비우고 돈도 잃어 주며 평소의 실력데로 최선을 다하면 핸디 귀신들의 범접을 막을 수 있다.
마인드(mind)컨트롤 즉 도를 닦듯이 마음을 비우되 또 마음을 집중시키는 연습을 많이 하라고 가르친다.
플레이 중에 업무 통화를 계속 하거나 가정사에 신경 쓰거나 ‘라베’를 꼭 쳐야겠다거나, 반찬값이라도 꼭 따가야 겠다는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골프는 심판도 없는 자신과의 싸움이지만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운동이다.
골프에 왕도는 없다고 하듯이 결코 하루 아침에 잘 칠 수는 없다.하이 핸디(하수)가 로우 핸디 (상수)를 이길 수 있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골프는 정직하다.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만큼 정비례해서 때가 되면 저절로 좋은 결과가 나타난다.
눈물을 흘리게 하면서도 한겹 한겹 벗길 때 마다 단 맛을 더 느끼게 해 주는 양파같은 '양파'다.
핸디 귀신들은 진정 골프장이 아닌 골퍼 자신의 마음 속에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