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남 대동에서 1920년에 태어나 한국 나이로 99세, 즉 백수(白壽)를 맞은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행복론을 담은 책 ‘행복 예습’을 펴냈다. 지난 2월 과거에 쓴 수필을 모아 출간한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 행복합니다”라고 고백한 저자는 이번 책에서 행복에 관한 단상을 본격적으로 풀어놓는다.
그가 행복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시기는 아흔 무렵. 방송에 출연해 행복을 주제로 강의하고, 2016년에 책 ‘백년을 살아보니’를 내놓으면서 행복전도사로 활동했다.
저자는 장수하며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은 소유에 대한 욕망이 크지 않다고 설명한다. 인간관계를 잘 유지하고, 정신적 여유와 독서를 즐기며,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품는 것도 공통점이다.
그는 과거와 미래에서 행복을 찾는 태도를 지양하고, 현재에 행복이 머물도록 연습하라고 조언한다. 과거에 매몰되면 자유와 행복을 창출하는 적극성이 약화하고, 성공을 꿈꾸며 치열한 경쟁 속에 살면 현재를 내실 없이 빼앗긴다는 것이다.
일하는 기쁨도 저자가 행복을 위해 중시하는 사항이다. 그는 “일을 사랑하지 않는 자는 방관자에 불과하다”며 “나를 필요로 하는 상대방을 진정으로 위하고 사랑하며 섬기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행복의 원천은 바로 사랑. 그는 “사랑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행복이 함께했다는 사실을 체험했다”며 사랑의 척도가 그대로 행복의 기준이 되고는 했다고 털어놓는다.
“지금 나에게 가장 적절한 인사는 ‘오래 사시느라고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라는 말이다. 그리고 나의 대답은 ‘고맙습니다. 그래서 행복했습니다’라는 것이다. 행복을 염원하는 사람에게 ‘나는 행복했습니다. 여러분도 사랑을 나누십시오’라는 인사를 드리며 붓을 놓겠다.”(서문과 맺음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