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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을 피하는 심리

영원한 청춘 액티브 시니어 칼럼 - 이형종 박사(본지 객원기자/한국액티브시니어협회 시니어 연구소장)
50대 회사원에게“좋아하는 일이나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았다.

“지금까지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을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영업관리 업무가 익숙하고 잘 할 수 있지만, 솔직히 말해 하고 싶었던 일은 아닙니다.”

“퇴직 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요?”하고 다시 질문을 던진다.“내 나이에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질 게 있을까요.”

50대 회사원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많은 직장인들은 바쁜 현업에 쫓겨 하고 싶은 일을 마음 속에 담아 둔 채 살아간다. 어떤 사람은“앞으로 퇴직하면 꼭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야지!”하며 막연한 꿈을 갖고 있다. 

퇴직 후에는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삶의 방식을 바꾸는 사람도 더러 있다. 그러나 많은 퇴직자는 또 다시 현실적인 삶의 장벽에 부딪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버린다. 

 

하고 싶은 일을 피하는 자기합리화 

1년 전에 퇴직한 신민철씨(57세)도 그 중에 한 사람이다. 

그는 퇴직 후에 1년간 쉬면서 천천히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려고 했다. 1년이 지나자 사정이 달라졌다.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가족의 생계유지가 걱정되었다. 자녀가 대학을 졸업해서 특별히 큰 돈은 들지 않았지만 매월 생활비가 필요했다. 마음이 다급해져서 하고 싶은 일은 찾을 생각조차 못한다. 

이제부터 열심히 전직활동을 해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나는 원래 재능이 없고,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어. 하고 싶은 일을 해도 당장 밥 먹고 살기 어려울 거야.” 이러한 조급증과 고정관념이 지배하면서 무의식 중에 진정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해 버린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 까요. 밥 먹고 살기 힘들 겁니다. 이 나이에 새로운 것을 공부해도 소용없어요. 도전할 용기와 의욕도 없어요.”하며 많은 퇴직자는 자신을 합리화한다. 

하고 싶은 일을 마음의 쓰레기통에 넣어버린다. 당장 생계문제에 쫓기면 조급해지고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정신적 여유가 없어진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고 전직활동을 하면 시간이 부족하고 불안감은 커진다. 막상 재취업에 성공하더라도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는 경우도 많다.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실패할까 지레 겁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한 발도 내딛지 못하고 현실에 만족하며 반복해서 자기 위안을 한다. 당장 시급한 가족의 생계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면 다음 기회로 미룬다. 

본질적인 문제는 하고 싶은 일을 모르는 게 아니라, 정확히 말하면 마음 속의 본심을 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본심을 언제까지나 계속 회피하거나 미룬다는 것이다. 마음에서 피하고 있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가 없다. 언제까지나 하고 싶은 일을 마음속 쓰레기통에 넣어두고 있다면 하고 싶은 일을 영원히 찾을 수 없다. 

이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하고 일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자신의 허약함을 인정하고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때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설 수 있다. 설령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자신이 없어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인정할 필요는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마음 속에 담아두지 않으면 어느 시점에 시도할 용기가 생길 수 있다. 

 

절망하는 능력이 있는가 

그럼, 우리는 진정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방법은 없을까? 

일본의 정신과 의사 다카하시 카즈미(高橋和巳)는 ‘절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절망하는 능력이란 ‘이대로 가면 절대 안 된다고 절망적인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다.

“지금까지 생활방식 때문에 이런 결과가 되었다. 앞으로도 계속 똑 같은 살아간다면 틀림 없이 똑같은 실패를 반복할 것이다.”

이렇게 사람은 과거 행동의 잘못을 인정하고 마음속 깊이 깨달을 때 사람은 진심으로 변하려고 결심한다.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절망하는 능력이다. 

이것은 매우 힘든 심리적인 작업이다. 30년의 과거 인생을 부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의미에서 절망하기 위해서 그 절망을 인내할 수 있을 만큼 마음의 강인함과 여유가 필요하다.

절망하는 능력에 의해 사람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지금까지 삶의 방식, 일하는 방식을 크게 바꾼다. 

윌리엄 브리지스(William Bridges)는 이러한 인생전환 시기를 전기(transition)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인생의 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심리적 고통이 따른다. 윌리엄 브리지스는 이때“내 인생에서 지금 무엇을 내버릴 것인가?”생각해보라고 말한다. 

 

내려 놓아야 새로운 것을 얻는다 

사람의 손은 두 개밖에 없다. 양손에 물건을 쥔 채 새로운 것을 잡을 수 없다. 새로운 것을 잡고 싶다면 지금 잡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한다. 

이것은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누구나 지금까지의 가치관, 명예와 체면, 안정된 소득, 직책을 내려놓을 때 불안하게 느낀다. 30년 동안 내 모습을 대신한 익숙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내려 놓는 것은 불안하기 때문에 초조하지 않고 여유를 갖고 조금씩 놓는 것이 좋다. 

내려 놓은 것이야말로 자신의 가치관으로 살아갈 수 있고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할 수 있다. 보람이 있는 일을 하며 책임에서 자유로워 수 있다. 

퇴직 후에도 다시 전직을 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자신답게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 무엇을 하며 살 것인지 스스로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커리어라는 말에는 직업과 인생이라는 의미가 있다. 자신에게 맞는 천직을 생각하려면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부터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 방식이 자신에게 맞는지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한 번 뿐인 내 인생 이대로 좋을까?”누구나 진지하게 대답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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