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골프를 즐기는 한 골프광이 오전 18홀을 마치고 나서 동반자들과 시원한 생맥주를 곁들여 점심을 먹었다.그런데 한 잔씩 주고 받다가 소위 발동이 걸려서 술이 과해져 버렸다.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동료들은 이 참에 한 잔 더 하고 쉬었다가 술이 좀 깨면 차몰고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2차 장소로 옮겼는데 여기서 그만 사고를 치고 말았다. 술집 아가씨들이 너무나 이쁜 사고였다(실제로는 별로 였었는데 술이 이뻐 보이게 만들었던 것).
이들의 유혹에 끌려서 술기운에 그만 넘지 말아야 할 선까지 넘고 말았다.
정신없이 자고 나서 오후 늦게서야 술이 깨면서 제 정신이 돌아 왔다. 주섬 주섬 옷을 입고 집으로 급히 차를 몰았으나 머리속엔 오만가지 번민으로 꽉 찼다.
마누라에게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난감했다.쫓겨나서 개망신 당하지나 않을까.
결국 그는 솔직하게 사실대로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결론 짓게 되었다.
집에 도착해서 아내의 눈치를 살피며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다.
“여보 ... 사실은 오늘 18홀 후 점심 먹으면서 술 한잔 하다 보니까 여차저차 이렇게 되어 버렸는데 죽을 죄를 지었소. 용서 하시구려.”
그러자 부인이 눈을 흘기면서,
“거짓말 말아요! 다 알아, 오늘도 36홀 하고 왔죠? 어서 저녁이나 드시고 일찍 쉬세요.
앞으로 그런 말도 안되는 변명 늘어놓을 생각 아예 말고 36홀 했으면 했다고 말하세요! 으이구, 내가 미쳐, 골프가 그렇게도 좋을까. 갔다 하면 36홀이니”
그날 밤 그는 은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단잠을 잤다.
요즘은 대개 골프 후에는 식사와 가벼운 술 특히 맥주 사이다(일명 ‘골프 칵테일’)가 유행이다.사우나하고 더워진 몸을 식히려면 생맥주가 최고다. 빈속에는 취하기가 쉬우므로 사이다를 타면 탄산 청량감은 더해지고 알콜도수는 낮아져서 운전에 지장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애주가들은 운전문제 해결이 쉬운 집 근처에 도착해서야 본격적으로 술을 즐기는 편이다. 참 바람직한 문화라고 하겠다.
20여 년 전에는 트랜드가 좀 달랐다.그 당시에도 여전히 내기 골프는 유행이었다.
요즘 새로운 일부 내기 방식 빼고는 그 당시에도 지금과 비슷한 내기가 유행했었다.
생각은 거창해서 골프에서 잃은 사람에게는 반드시 만회 할 기회를 줘야 매너있는 골퍼로 여기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서 다음 라운드 기회를 잡거나 당일 식사 후 포카 화투 등 카드게임으로 다시 한 판 붙는 것이었다.
골프스윙은 팔의 수평운동이므로 신체 균형감각 유지를 위하여 수직운동인 포카를 반드시 쳐야 한다는 그럴듯한 논리를 끌어다 붙였었다.
따라서 18홀 골프를 끝내고 2차 카드 게임까지 하고 저녁에 귀가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골프장 주변의 식당들은 이런 손님들을 위해 항상 별도의 방을 마련해 두고 화투 카드와 담요를 준비해 두었다.
골프를 잘 모르는 가족들은 늦게 돌아오면 대부분 한 바퀴 더 (36홀)돌고 오는 줄로 믿는 경우가 많았다.
남편들이 늦게 들어올 때는 항상 36홀 핑계를 댔기 때문이었다. 골프 갔는데 일찍 들어오면 되레 놀라던 시절이었다.
골프가 아무리 재미있고 좋아도 인생의 궁극적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건강과 즐거움을 주는 하나의 스포츠로만 보아야 한다.
골프에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겨서 사업에 문제가 생긴다거나 화목한 가정 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재고 해야 할 것이다.
행복한 생활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서만 골프를 이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