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오는 17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김 위원장 취임 이래 당내 극단적 계파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고, 당은 보수 가치 재정립이라는 김 위원장의 담론 제시에 맞물려 새로운 길을 찾을지 주목되는 형국이다.
그러나 여전히 김 위원장이 추구하는 혁신 방향이 모호하고, 그러다 보니 지지율 역시 20% 안팎 ‘박스권’에 갇혀 정체하는 등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이 취임 이후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은 당 안정화였다.
한국당은 6·13 지방선거 참패와 심각한 계파 갈등으로 최악의 내홍 상태에 빠져 있었다. 한국당이 간판을 내리고 새로운 보수정당이 출현해야 한다는 말부터, 계파 분란으로 또다시 쪼개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렸다.
그만큼 김 위원장은 취임 초반 당 분열을 촉발할 수 있는 민감한 발언은 최대한 자제하고, 당내 의원들과 소통을 하며 화합을 이끌어 내기 위해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선수·상임위별로 의원 전원과 식사를 했고, 홍준표 전 대표 시절 중단한 중진의원 참석 회의를 부활시켰다.
실제로 김 위원장 취임 이후 계파 갈등은 일단 수면 밑으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김 위원장은 또 문재인정부가 시장과 공동체에 지나치게 간섭하거나 개입한다며 이를 “국가주의”라고 딱지 붙인 뒤 “자율”의 가치를 앞세우며 ‘냉전수구’ 보수의 이미지를 대체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특히 ‘정부 때리기’수위를 높여가며 제1야당 당대표로서의 ‘전투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관전평도 나온다.
여기에 한국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해 당내 4개 소위와 1개 특위를 구성하고, 의원들을 폭넓게 배치하여 비대위 체제가 착근하는 데 주력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를 잊을 만큼 흡입력이 있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친박(친박근혜)이든 비박(비박근혜)이든 같이 가자고 할 수 있다”라며 “그래서 새로운 성장모델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지향점이 불분명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가 당의 혁신 미션을 수행하는 ‘비대위원장’인지, 아니면 자신의 더 큰 정치야망의 기반을 다지려는 ‘임시 당대표’인지 헷갈린다는 견해도 여전하다.
‘탈국가주의’라는 취지의 화두를 던지긴 했지만, 이른바 광장민주주의 기반 위에서 탄생한 현 정부에 국가주의 딱지가 과연 적절하기는 한 것인가 하는 논란이 있고 국민 입장에서도 피부에 와닿지 않는 주제 아니냐는 비판적 관점이 있다.
무엇보다 가치 재정립과 이에 맞물린 인적청산, 그리고 환골탈태한 당의 민생해결 능력을 현재로서 기대하는 건 성급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의 모 의원은 이와관련해 “지금까지는 허니문 기간이었다면 앞으로 본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라며 “국민들은 오래 기다려주지 않는다. 앞으로 한 달 내에는 반드시 구체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성수목 기자kbs9@ 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