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자산입니다. 사회에 부담되거나 어려움을 끼치는 대상이 아닙니다. 노인 역시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임홍재(68) 전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는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제 노인 인권기구인 아셈노인인권정책센터(AGAC)의 초대 원장을 맡은 포부를 묻자 이같이 말했다.
임 원장이 이끌게 된 AGAC는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회원국 간 노인 문제를 해소하고, 노인의 인권 보호와 증진에 기여하기 위한 국제기구로, 지난달 26일 우리나라에서 개소했다.
앞으로 AGAC는 노인 인권 관련 정책연구와 지표개발, 현황 모니터링,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 노인 인식개선과 인권 옹호를 위한 교육·홍보 등 업무를 맡는다.
임 원장은 베테랑 외교관이었다. 1977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2010년 외교통상부 본부대사를 끝으로 퇴직할 때까지 미국과 프랑스 등지에서 외교관으로 활동했고, 이란과 베트남에서는 대사로 재직했다.
평생 외교관으로 세계를 누빈 그는 인권에 큰 관심을 뒀다. 2013년부터 국제인권전문위원으로 활동해왔고, 이듬해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맡았다.
임 원장은 외교관으로서의 경험과 인권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노인 인권 문제를 다루는 AGAC를 이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국내외에서 일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에 관한 이해를 많이 했고, 이를 통해 시야를 넓혔다”며 “AGAC가 세계 노인 문제를 풀어내는 허브(중심)로서 기능하도록 센터를 운영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AGAC가 세워진 것을 두고 국내·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임 원장은 “우리 국가인권위원회가 2014년에 먼저 센터 설립을 제안하고 나서면서 유엔을 중심으로 노인 인권 전문가들이 굉장히 흡족해했다”며 “어떤 분들은 ‘삼성이 반도체를 잘 골라서 번영하듯이 한국이 인권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참 좋은 주제를 선택했다’고 평가하더라”고 말했다.
세계는 빠른 고령화와 함께 상당수 국가가 심각한 노인 인권 문제를 안고 있다. 인권위에 따르면 2016년 기준으로 노인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13%를 차지한다. 2050년이 되면 노인 인구는 21억 명으로, 세계 인구에서 5명 중 1명은 노인일 것으로 전망됐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8월을 기준으로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에 달해 이미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세계 노인 인권의 주요 이슈는 질병과 빈곤, 폭력이나 학대 등이다.
실제 보건복지부의 '2017년 노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 들어온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총 1만3309건이다. 이 가운데 노인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4622건으로, 2016년(4280건)보다 8% 늘었다.
임 원장은 “노인이 겪는 문제는 주로 폭력, 학대, 방임 등”이라며 “노인은 이처럼 사회적으로 배척되고 있지만, 노인의 권리를 국제법 차원에서 규정하고자 하는 노력이 미흡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AGAC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회원국과의 교류사업과 자료 축적, 정책연구 등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동·아프리카 등지는 고령화가 주요 이슈가 아닐 수 있지만, AGAC에서 정책을 만들고 세계에 공유하면 노인 인권 문제의 쓰나미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원장은 인권문제 해결과 더불어 노인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원장은 “건강하고 활동적인 고령자들이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며 “그 계기는 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인들이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해 봉사활동을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며 “스스로 쓰임새가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것이 노인 인권이나 복지 증진에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원장은 “노인을 70세라고 한다면 ‘세븐 스타’, 즉 칠성급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며 “건강하고 활동할 수만 있다면 노인도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성수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