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측근 두명 유죄 가닥, 의회 차원 ‘정치적’ 탄핵절차 진행 가능성
美법무부, 1973년 2000년 ‘현직 대통령 형사기소 허용안해’ 분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2명이 21일(현지시간) 열린 1심 재판에서 잇따라 유죄로 가닥이 잡히면서 이들의 위법행위에 연루된 의혹이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불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다만 WP는 이번 사안이 형사소송으로까지 이어지려면 현실적으로 검사의 기소가 있어야 하지만 법무부나 검찰이 이에 적극적이지 않아 현직 대통령에 대한 기소는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앞서 10년 이상 트럼프 대통령 개인 변호사로 활동했던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성(性) 추문을 막기 위해 돈을 건넨 사실을 포함해 선거자금법, 금융사기, 탈세 등 8개의 중죄 혐의를 인정했다. 코언은 범죄를 시인하는 대신 감형을 받는 ‘플리바게닝’을 택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도 북부 버지니아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8건의 혐의에 관해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을 받았다.
WP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전직 변호사가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자의 지시에 따라 선거자금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은 탄핵 심리 요구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헌법상 대통령은 반역죄, 수뢰죄 또는 그밖의 중대한 범죄로 탄핵받고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면직된다. 이는 반역죄, 수뢰죄와 같은 중죄가 아니면 기소될 수 없다는 의미라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국공법학회장을 지낸 이헌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미국의 경우 '행정부 특권'이라고 해서 탄핵이나 형사소추에 관해 엄격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 탄핵 절차는 하원이 탄핵 제소를 하면 상원이 탄핵 심판 결정(의결)을 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탄핵 청문회가 열릴 수 있다. 다만 청문회 개최 여부는 필수적 조항이 아니며 임의적 절차라고 이 교수는 부연했다.
이처럼 폭발력 있는 코언의 주장은 대통령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면 형사사건에 직면하도록 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 법령 해석을 해온 법무부의 견해에 따라 대통령은 형사범죄 혐의로 기소될 수 없다고 WP는 전했다.
법무부는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벌어졌던 1973년과 빌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성 스캔들’이 있었던 2000년에 미국 헌법이 현직 대통령의 형사 기소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법률분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고 WP는 보도했다.
다만 그러한 의견들이 법원에서 시험받은 적은 없으며, 그렇게 하려면(법원의 판단을 받으려면) 검찰이 법무부의 지침에 맞서 어쨌건 기소를 시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WP는 전했다.
코언 공판에 참여한 로버트 쿠자미 연방검찰 부검사장은 코언이 자신의 유죄를 법정에서 인정한 뒤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검찰이 대통령을 상대로 어떤 조처를 할 계획인지에 관해서도 역시 아무런 암시를 주지 않았다.
앞서 로버트 뮬러 특검도 몇 달 전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전에 여성들에게 돈을 지급한 행위를 포함한 선거자금법 위반 혐의 수사는 특검 수사 범위를 벗어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형사법적 접근과 달리 2016년 대선 당시 선거자금법 위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수단으로서 탄핵 가능성은 여전히 남는다.
민주당 내에서는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리 요구가 정치적으로 유용한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나뉘어 있었으나, 코언의 유죄 인정으로 인해 이 같은 정치적 계산을 다시 하게 만들 수 있다고 WP는 분석했다.
또 공화당이 장악한 의회가 탄핵을 추진할 개연성은 낮지만 중간선거 이후 민주당이 의회권력을 잡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한편, 매너포트의 유죄 평결의 경우 직접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관되는 건 아니지만, 이는 특검 수사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직 연방검사인 로버트 민츠 변호사는 “매너포트 유죄 평결과 마이클 코언 유죄 인정은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에 법적으로 큰 소용돌이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 변호인단은 이제 두 개의 전선에서 싸워야 한다”고 평가했다.
전직 연방검사이자 현재 조지워싱턴대 교수인 랜달 엘리어슨은 코언의 주장이 뮬러 특검이나 다른 검사의 공식적인 조사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는 검찰의 기소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일각에서는 ‘변심’한 코언과 같이 매너포트의 향후 태도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매너포트는 현재 총 8건에 대해 유죄 평결을 받았으며 나머지 10개 혐의에 관해서는 평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연방 양형기준상 그는 7년에서 10년 사이의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18개 전체 혐의로는 최장 80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전직 연방검사인 티머시 벨레베츠는 이번 평결 결과를 뮬러 특검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