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을 중심으로 경제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가 두 분기 연속 소득 격차 악화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정부는 인구 고령화와 업황 부진으로 소득 격차가 확대됐다고 판단했지만,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등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23일 통계청의 가계소득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으로 소득 상위 20%(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소득 하위 20%(1분위)의 5.23배였다.
1년 전 4.73배와 비교하면 0.5포인트나 높아졌다. 1분위 소득은 감소하고 반대로 5분위 소득은 증가하며 2분기 기준으로는 2008년(5.24배) 후 소득 격차가 가장 커졌다.
올해 1분기 이 배율은 5.95배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나쁜 수치를 기록했다. 소득주도성장을 기치로 내 건 정부로서는 두 분기 연속으로 뼈아픈 결과를 마주한 셈이다.
정부는 1분위 소득 감소의 원인으로 일단 고령화를 꼽았다.
1분위 내 70대 이상 가구주의 비중은 작년 2분기 35.5%였지만 올해 2분기 41.2%로 5.7%포인트 늘어났다. 이중 무직 가구주 비중은 작년 2분기 41.8%에서 올해 2분기 54.4%로 12.6%포인트 늘어났다.
2분기 가계소득동향조사 유효표본 6412가구 중 신규로 진입한 가구가 3709가구로 신규가구 비중이 유효표본의 57.5%에 달해 전년과 직접적 비교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고용부진도 1분위 소득 악화 요인으로 정부는 꼽았다.
1분위 비중이 높은 도소매·숙박음식업에 종사하는 임시일용직 고용이 축소됐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도 줄었다.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분석만으로는 소득분배 악화를 전부 설명할 수 없고, 진단도 올바르지 않다는 평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의 경직적 시행이 1분위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정책 의도와는 다르게 소득이 낮은 계층을 중심으로 타격이 커지고 있으며, 연령·인구 구조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운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상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노동시장 상황을 보면 지표를 개선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정책을 중심으로 정책의 전면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2분기 소득분배 악화는) 최저임금만 올리고 다른 경제민주화 조치를 하지 않은 결과”라며 “부동산 보유세 강화, 대기업의 초과이익공유제 등 관련 세제를 개편하고 장기 로드맵에 근거한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수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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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날 : [2018-08-25 12:38: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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