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조작’ 전모 규명 성과… ‘정치권 공모 의혹’ 수사 한계
여권핵심 연루·검경 부실수사 의혹 당분간 규명 어려울 듯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22일 수사기간 연장을 스스로 포기한 것은 1999년 이후 있었던 13번의 특검 중 처음 있는 일이다.
이 같은 초유의 결정은 수사가 진행될수록 가중되는 정치적 압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댓글조작 연루 의혹을 밝히기 위해 출범한 특검은 ‘드루킹’ 김동원씨의 추가 범행을 포착하는 성과를 냈다.
경찰이 찾지 못한 증거물을 압수수색하거나 포렌식 수사를 통해 드루킹이 걸어놓은 각종 암호화 파일을 해독하는 등 물적 증거 역시 다수 확보했다.
그러나 드루킹의 불법 정치자금 기부 의혹을 쫓던 중 고 노회찬 전 정의당 의원이 예기치 못하게 사망하며 여론 지형은 특검에 불리하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드루킹과 접촉한 여권 인사들을 본격적으로 수사 선상에 올리면서 ‘정치 특검’, ‘표적수사’ 등을 주장하는 정치권의 강한 견제에도 시달려야 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핵심인 김경수 지사를 상대로 전력을 다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지난 18일 기각되며 특검은 여권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이번 사건의 고발인으로도 볼 수 있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악의 특검”이라고까지 비난하면서 특검 내부에서 적지 않은 동요가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은 수사 기간 30일 연장 신청 결정을 앞두고 장시간 논의 끝에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더는 만들지 않기로 했다.
의혹의 ‘본류’인 김 지사의 댓글조작 공모 증거를 이미 확보한 이상 이 같은 정치 공세를 또 다시 감수하며 추가수사를 강행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이날 특검의 결정은 자칫 그간의 수사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거나 수사 의지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부를 여지도 있다.
보수 야당을 중심으로 벌써 특검이 ‘살아 있는 권력’에 굴복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수사하기 위해 마련된 특검이 60일의 수사 기간에 풀지 못한 여권 핵심 인사들의 각종 의혹은 당분간 ‘미제’로 남을 전망이다.
특검은 김 지사에게 드루킹을 소개한 송인배 청와대 비서관의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드루킹이 오사카 총영사로 인사청탁한 인물을 면담한 백원우 민정비서관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기록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길 예정이다. 드루킹 사건을 두고 경찰과 검찰이 늑장·부실수사를 한 의혹 역시 당분간 밝혀내기 힘든 게 아니냐는 평가가 법조계에서 나온다. 이한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