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 강남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에게 듣는 ‘포도막염’
포도막염 합병증 1위 ‘강직성 척추염’… 방심 말고 정밀 검사 받아야
◇ 이승규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교토대학교, 오사카대학교,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 매디슨에서 연수했다. 그동안의 연구업적을 인정받아 2015년에는 톱콘안과학술상을 수상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갑자기 한쪽 눈이 충혈되고 아프면서 뿌옇게 보이기 시작해 병원을 찾았다. 검사에서는 ‘포도막염’으로 진단됐다. 그런데 김씨는 상담 중에 그동안의 허리와 엉덩이 부위 통증도 호소했다. 이에 의료진은 통증 부위에 대한 추가 검사를 권했다. 의자에 오래 앉아있어서 생긴 통증이려니 생각했지만, 골반 영상 촬영과 혈액검사 소견은 ‘강직성 척추염’이었다. 놀라운 건 이런 강직성 척추염이 포도막염에서 비롯됐다는 의사의 설명이었다. 김씨는 현재 포도막염과 강직성 척추염에 대한 치료를 병행 중이다.
포도막염은 눈을 감싸고 있는 조직 중 포도막 조직에 염증이 생긴 상태를 말한다. 포도막이란 눈의 망막과 공막의 중간층에 해당하는 막으로, 홍채와 모양체, 맥락막을 통틀어 일컫는다. 마치 검은 포도알처럼 보인다고 해서 포도막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포도막은 혈관이 풍부한 조직으로 염증이 생기면 주변 망막, 공막, 각막, 유리체 등의 조직이 함께 손상되고, 이차적으로 백내장, 녹내장, 심하면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은 실명 환자의 약 10%가 포도막염 환자일 정도로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주요 질환 중 하나다. 특히 포도막염은 활발히 경제활동을 할 젊은 나이에 주로 발병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 문제도 상당하다.
지난 2007∼2013년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이용한 통계치를 보면 국내 포도막염 연간 발생률은 1만명당 10.6명, 유병률은 1만명당 17.3명으로 미국이나 다른 동양권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포도막염의 주 증상은 충혈, 통증, 시력저하로 흔히 ‘눈병’이라 불리는 결막염과 증상이 유사하다.
하루살이 같은 게 눈 안에 떠다니는 것 같은 비문증과 눈부심이 동반되기도 한다. 증상만으로는 포도막염과 결막염을 감별하기가 어려운 만큼 안과에서 검사 장비를 이용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포도막염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선 크게 균의 유무에 따라 감염성과 비감염성으로 나눌 수 있다. 세브란스병원을 비롯한 국내 7개 종합병원에서 한 해 동안 처음 포도막염을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 17.1%가 감염성 포도막염 환자였고 나머지 82.9%는 비감염성 포도막염 환자였다.
비감염성 포도막염 환자 중 일부는 앞서 소개한 김씨의 사례처럼 포도막염과 연관된 전신 질환을 앓고 있을 수 있으므로 면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실제로 앞서 예시한 연구결과를 보면 포도막염과 관련된 가장 흔한 전신 질환으로 강직성 척추염이 꼽혔다. 그다음으로는 베체트병, 유육종증,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병, 류마티스 관절염, 전신성 홍반 루푸스 순이었다.
감염성 포도막염은 원인균에 따라 적절한 약물로 치료한다.
반면 비감염성 포도막염은 염증을 억제하는 스테로이드가 치료의 근간이 된다. 자가면역 이상으로 발병하는 경우가 많아서 대개는 면역억제제 치료가 필요하다. 또 포도막염이 안구의 앞쪽에만 있으면 안약 점안만으로 치료되기도 하지만 염증이 심하거나 안구 뒤쪽까지 염증이 있으면 망막에 영구적 손상이 생기거나 심각한 합병증으로 실명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기도 한다. 주사를 눈에 직접 맞는 경우도 있다. 만약 동반된 전신 질환이 있다면 전신 질환에 대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포도막염은 완치가 어렵고 재발과 악화를 반복하며 만성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따라서 조기에 정확한 진단을 받고 일찍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염증에 의한 조직손상과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염증이 사라진 후 재발이나 합병증을 조기 발견하려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도 필수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포도막염의 재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평소 과로, 음주, 흡연을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