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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7천만원 초과자 전세보증 배제안 ‘논란’

금융위 “제도 시행전 관계기관과 소득기준 최종조율 절차 거칠 것”
전세자금대출을 활용한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전세보증 개편 방안에 수요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고소득자 기준이 너무 낮게 설정돼 실수요자들이 배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감안, 시행 전에 기준점을 최종 조율하는 쪽으로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는 이르면 9월말, 늦어도 10월초부터 전세보증 자격 제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신설되는 기준은 소득과 주택보유 여부인데 다주택자를 배제하는 주택보유 요건(무주택자나 1주택자에게만 공급)에는 큰 이견이 없다. 다주택자들이 전세대출을 갭투자 등 부동산 투기 자금으로 활용하는데 대해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은 것이다.

문제는 전세보증상품 이용 대상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로 추진하는 부분이다. 이는 사실상 전세보증을 받아야만 전세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현재 왜곡된 시장 구조에서부터 출발하는 문제다.

시중은행들은 전세자금대출을 하기에 앞서 대출자들에게 전세보증을 요구한다. 즉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SGI서울보증이 제공하는 전세보증이 없으면 전세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이들 보증금액이 전세대출의 80%이므로 은행들은 사실상 전체 전세대출의 20%만 대출하는 ‘땅 짚고 헤엄치기’ 영업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주택금융공사나 주택도시보증공사, SGI서울보증이 전세보증을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인 사람들에게만 공급하면 소득 자격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세대출 시장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즉 이들은 전세자금을 자력으로 구하지 못하면 월세로 밀려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된 데는 정부가 제공하는 전세보증에 길들여진 은행도 문제다. 금융기관이 위험을 감수할 의사 없이 정부 보증이 들어와야만 전세대출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부부합산 소득이 7000만원을 갓 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반발이 있다.

30대 여성 김모씨는 “집값은 올라서 도저히 살 수 없는 수준인데 전세대출을 못 받으니 이제 월세로 바꿔야 할 판”이라면서 “부부합산 7천만원이 정책당국 입장에선 고소득인지 모르지만 대도시에서 그 정도 소득이 어떻게 고소득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맞벌이 부부인 임모씨는 “맞벌이해봤자 전세금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주택자에게까지 소득 기준을 과도하게 들이대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판 여론이 이처럼 비등하자 금융당국도 한발 물러서는 분위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부합산 7천만원 기준은 지난 4월 서민·실수요자 주거안정 금융지원 방안에서 정리된 부분인데 시행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해당 기준이 적절한지 관계기관과 최종 조율 작업을 거친 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성수목 기자kbs9@ ms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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