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m 공기권총 개인·단체전 금메달… 세계선수권 5번째
결선 내내 뒤처지다 막판 대역전극… 슛오프 끝에 승리해
‘사격 황제’ 진종오(39·KT)가 대역전극을 펼치며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남자 10m 공기권총 2연속 우승에 성공했다.
진종오는 6일 경남 창원국제사격장에서 열린 2018 국제사격연맹(ISSF)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슛오프(추가 사격) 접전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진종오는 7발을 남겨놓을 때까지 아르템 체르소누프(러시아)에 6.4점이나 뒤처졌지만, 끈질기게 추격해 사격 역사에 남을 만한 명승부를 펼쳤다.
결선 출발은 좋지 않았다. 진종오는 첫발에서 10.9점 만점에 9.4점을 쐈고, 두 번째 발은 8.4점으로 크게 빗나갔다.
메달을 떠나 조기 탈락을 우려할만한 점수였다. 이후 차분하게 전열을 정비한 진종오는 결선 1라운드(10발)를 98.8점으로 6위로 마쳤다.
반면, 러시아의 아르템 체르누소프는 10점 행진을 벌이며 104.4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아 일찌감치 1위를 달렸다.
진종오와 격차는 6.2점으로 보통 국제대회 결선에서 이 정도 격차의 점수가 좁혀지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진종오의 반격은 2라운드부터 시작했다. 2라운드는 2발씩 쏴 최하위는 탈락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12발, 14발째까지 탈락을 간신히 모면하며 중위권에서 반격을 엿보던 진종오는 15번째 발에서 8.8점에 그쳤다.
이때 체르소누프가 9.6점을 기록하며 둘의 격차는 6.4점까지 벌어졌다. 아무리 진종오라도 역전은 불가능해 보였다.
잠시 흔들리던 체르소누프가 17번째 발에서 만점에 가까운 10.8점을 쏘며 둘의 격차는 6.2점이 됐다.
남은 7발에서 기적이 벌어졌다.
진종오는 18번째부터 24번째 사격까지 7발 모두 10점을 넘겼고, 당황한 체르소누프는 줄줄이 9점대를 쏘면서 둘의 격차는 계속 줄었다. 2발씩만 남겨뒀을 때 진종오와 체르소누프의 차이는 1.6점이 됐고, 결선 사격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결국 진종오는 마지막 발에서 체르소누프와 동점을 만들었고, 슛오프 끝에 금메달을 확정했다.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역사상 최초의 10m 공기권총 2회 연속 우승이자 진종오의 5번째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이다.
진종오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마지막 한 발까지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은 안 했다”면서 “러시아 선수가 너무 잘 쏴서 마음을 비웠는데, 그 덕분에 이런 경기를 만들었다”며 활짝 웃었다.
다음은 진종오와 일문일답이다.
2관왕에 오른 소감은.
▲ 아시안게임 때 좋은 성적을 못 내서 욕도 많이 먹고,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 세계선수권대회 사격은 4년 주기다.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이번이 마지막 대회가 아닐까 생각해서 힘들게 경기했다. 좋은 결과를 얻어서 매우 기쁘다. 오늘만큼은 총 쏘는 거 생각 안 하고 마음껏 즐기고 싶다.
오늘 같은 경기는 처음인 것 같다. 역전이 가능할 거로 생각했나.
▲ 우리는 3명이 같이 결선 들어가니까 확률적으로 메달 딸 거라는 안심이 됐다. 후배가 같이 해주니 힘이 됐다. 후배들이 두 명이나 도와주니 마음은 더 좋았다. 결선 시작하면서 초반에 8점 쏘고 실수했을 때 러시아 선수가 너무 잘 쏘더라. ‘아 저 선수는 절대 못 잡겠구나’ 했다. 운이 따랐다. 너무 감사하다. 개인전도 개인전이지만, 남자 권총이 전 세계 최고라는 걸 확인시켜줘서 기쁘다. 동료 선수와 (박병택) 코치님께 감사하다. 여러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왈칵 났다.
눈물의 의미가 무엇인지 밝힐 수 있는가.
▲ (아시안게임에서는) 다른 음식도 안 먹고, 양치할 때도 생수로 했다. 그런데 딱 장염에 걸렸다. 5일 동안 너무 고생했다. 준비도 열심히 했다. 밥 먹고 산책하고, (선수끼리) 서로 책을 읽고 메모하고 준비했다. 그렇게 한순간에 무너지니 너무 속상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세계선수권대회가 왔다. 어제까지만 해도 잘 맞았는데, 초반부터 어렵게 나갔다.
‘단체전에서 민폐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한 발이라도 신중하게 쏘자는 생각이었다. 이 한 발로 후회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리우 50m에서도 대역전승을 거뒀다. 초반에 밀렸을 때 집중력 유지하는 비결은.
▲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초반 탈락 위기에 놓이니 욕심 안 부리게 되더라. 초반 8등으로 처진 순간 ‘내가 또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긴장이 풀렸다. 그때부터 제 기술이 제대로 나왔던 거 같다. 초반 부진 덕분에 욕심을 비웠다. 이계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