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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바다를 느낄 수 있는 길, 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

국내에서 가장 긴 해안단구,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강릉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해안단구 절벽 아래로 탐방로가 이어진다.
서울 광화문에서 정동 쪽에 있다는 뜻이 이름에 담긴 강릉의 정동진.

정동진역에서 남쪽으로 정동진 해변과 모래시계 공원, 정동 포구를 지나 내려오면 썬크루즈 리조트 주차장에서 깊은 계곡 마을 심곡항까지 이어지는 해안 탐방로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이제 그 명성을 잇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강릉까지 고속철도(KTX)가 개통되면서 이곳을 찾는 이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곳 해안은 일반인에게 곁을 내주지 않는 곳이었다. 여전히 군의 경계근무가 이뤄지는 이곳은 건국 이래 단 한 번도 일반인에게 개방된 적이 없다 한다. 2300만 년 전인 신생대 제3기 말∼제4기 초에 일어난 지반 융기작용으로 해안단구가 형성된 이후 태고의 비밀과 아름다움을 간직해 왔다.

 국내에서 가장 긴 해안단구로 천연기념물로도 지정돼 있다. 앞서 개발된 강릉 지역 트레킹 코스인 바우길과 동해안을 잇는 해파랑길도 이곳을 비켜갔다.

바다부채길은 2년에 걸친 국방부와의 협의와 문화재청의 허가 과정 끝에 2016년 10월 임시 개통했다. 임시 개통 기간에만 50만 명이 다녀갔다. 지난해 3∼5월에는 낙석방지망 공사를 위해 통제하고 화장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보강한 뒤 2017년 6월 유료로 정식 개장했다.

총 길이 2.86㎞로 여유 있게 걸어도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한 길지 않은 코스다. 정동 매표소와 심곡 매표소 양쪽에서 입장할 수 있다.

심곡에서 출발하면 우측통행인 탐방로에서 바다와 한 발 더 가까운 이점이 있지만, 마지막에 출구인 정동 매표소로 올라가는 300여 개의 가파른 계단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노약자나 어린이가 동행한다면 정동에서 내려가는 게 좋다.

 

수천만 년의 시간을 드러낸 곳

오른쪽의 해안단구 절벽으로 눈을 돌리면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해풍을 맞으며 자란 소나무들이 절경이다. 절벽에서 바다로 떨어져 나온 바위들은 흙이 쌓여 지반을 이루고, 솟아오르고, 파도에 깎이는 수천만 년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자연이 만들고 깎아낸 바위에 이야기를 붙이는 건 사람의 몫.

투구를 쓴 장수의 모습과 닮은 투구바위를 보며 강감찬 장군의 설화를 이야기한다. 그 옛날 발가락이 6개인 육발호랑이가 밤재길을 넘어가는 사람 앞에 스님 모습으로 나타나 내기 바둑을 두고 이기면 사람들을 잡아먹었다 한다.

 강릉에 부임한 강감찬이 이 이야기를 듣고 밤재에 가서 부적을 써 붙이니(편지를 보냈다고도 한다) 육발호랑이가 백두산으로 도망을 갔다는 이야기다.

 

INFORMATION 

한여름에 뛰어들 수 없는 바다가 그림의 떡처럼 아쉬운 사람도 있겠다. 실제 한여름에 탐방객이 가장 적은 편이라고 한다. 가림막이 있는 벤치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나무 그늘 하나 없는 땡볕이라 아예 자리 잡고 쉴만한 곳은 마땅치 않다. KTX 개통 이후 평일에도 3000 명, 주말에는 7000 명까지 몰려드는 번잡함을 피하고 싶다면 오히려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오전 9시 입장시간에 맞춰 가거나, 해가 절벽 뒤로 넘어가는 오후 2시 이후라면 뜨거운 한낮의 태양을 피해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 봄과 가을, 맑고 파도가 치는 날이 가장 좋다고 한다. 겨울의 파도도 운치 있지만, 그 파도가 너무 심하면 폐장하기도 한다.

※ 하절기(4∼9월) 오후 5시 30분, 동절기(10∼3월)는 오후 4시 30분까지 운영한다. 마감 한 시간 전까지 입장할 수 있다.

※ 정동과 심곡 양쪽 매표소 인근에 무료 주차장이 있다. 정동에는 버스 주차장 세 곳과 승용차 주차장 1곳이, 심곡에는 승용차 주차장 2곳이 있다. 정동 매표소가 있는 썬크루즈 리조트 주차장도 이용할 수 있는데, 주말과 공휴일에는 유료다. 두 매표소를 오가는 순환버스도 주말과 공휴일에만 유료로 운행한다. 탐방로 안에는 화장실이 없다. 매표소 인근 화장실을 미리 이용하는 것이 좋다. 평탄한 길이지만 철망으로 된 구간이 많으므로 굽이 있는 신발은 위험할 수 있다.

구세진 기자/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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