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이날 오전 대법원 예산담당관실·재무담당관실에 검사와 수사관들을 보내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예산의 신청·집행과 관련한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대법원이 일몰 이후 영장 집행에 동의하지 않음에 따라 검찰은 이날 오후 6시30분께 압수수색을 중단하고 7일 오전 재개하기로 했다.
검찰은 예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도록 한 의사결정 주체인 당시 박병대 법원행정처장(대법관), 강형주 행정처 차장, 임종헌 기획조정실장 등 전직 고위 법관의 주거지와 당시 사무실을 상대로 한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했으나 '자료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라는 사유로 기각됐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2015년 일선 법원에 배정된 공보 예산을 불법으로 모아 고위법관 격려금에 사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예산 신설을 추진하는 단계에서 이미 그 돈을 다른 목적으로 몰래 쓰기로 계획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검찰이 확보한 문건에는 이 돈의 사용 목적을 ‘공보관실 운영비가 아닌 행정처 간부 및 법원장 활동 지원경비’라고 명시한 내용도 포함됐다.
각급 법원 담당자들에게 공보관실 운영비를 현금으로 쪼개 인출한 뒤 법원행정처로 돈을 보내라고 지시하고, 각 법원 공보관들에게 사용처에 대한 허위 증빙을 갖추라고 한 정황도 파악됐다.
대법원은 이렇게 확보한 현금을 2015년 3월 전국법원장 회의에서 각급 법원 법원장들에게 1000여∼2000여만원씩 배분해 지급했다. 당시 기획조정실장이던 임 전 차장은 법원장들에게 공지문을 돌려 “공보관실 운영비는 법원장님들의 대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편성한 경비”라고 돈의 성격을 설명한 정황도 나왔다.
각급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는 2015년도 예산에 처음으로 3억5000만원이 책정됐다.
한편 검찰은 이날 임 전 차장의 후임으로 2015년 8월부터 작년 초까지 기획조정실장을 지낸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현 사무실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했다.
검찰은 이 부장판사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던 2012년 대법원 판결을 뒤집거나 재판을 지연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 위해 외교부 등과 협의한 정황을 포착하고 ‘재판 거래’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2016년 9월29일 당시 임종헌 차장과 이민걸 기획조정실장이 외교부 청사를 찾아가 당국자들과 징용소송 재상고심 절차를 논의한 기록을 확보했다.
검찰은 2015∼2016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곽병훈 전 비서관을 이날 불러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이 재판 진행에 깊숙이 관여한 의혹을 조사했다.